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중국의 연기지도/민병용 본사통일문제연구소연구위원(남과북)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중국의 연기지도/민병용 본사통일문제연구소연구위원(남과북)

입력
1994.05.23 00:00
0 0

 북한의 핵사태는 마치 한편의 드라마를 보는 것 같다. 악역인 주인공으로는 북한이 판을 치고, 미국·국제원자력기구(IAEA)·한국이 조연을 맡아서 쩔쩔맨다. 그리고 세계가 관객노릇을 하고있다.  오늘도 북한은 희비쌍곡선의 위험한 연기를 계속할 뿐이다. 남북관계의 내일은 예측하기가 어렵고 긴장된 장면이 많아서 관객은 지쳐있다.

 그동안 무대뒤에서 관망 하던 중국이 더이상 이 불안한 연극이 장기공연이 되어서는 안되겠다고 결심 하는 것같다. 중국은 오늘까지도 「북한에 핵무기가 있다」고 단한번이라도 발언을 한 적이 없는 나라이다. 

 단지 핵문제에 대해서는 『대화와 협력을 통해서 당사자끼리 해결을 해야한다』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를 반대하며 미국과의 수교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내왔다. 우선 중국이 소극적이지만 북한에 대해서 새 연기지도를 나선 것이 반갑다.

 핵연료봉 단독교체 연기, 남북정상회담의 가능성타진(중국은 이를 부인), 정전위 중국대표 일방 철수 거부등이 그 예라고 할 수 있다. 일부에서는 다음달 미국과의 무역최혜국대우 경신을 위한 제스처라고 보는 시각이 없는 것도 아니다. 

 또 한편으로는 북한도 중국에 대해서 미국과의 일괄타결이 이루어지도록 도와달라고 해서 눈길을 끈다. 이번 중국과 북한의 협력이 핵투명성보장이라는 해피엔딩으로 끝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물론 한중수교(1992년8월24일)후 두나라 사이는 경제협력의 폭이 급속히 신장되어 가고 있다. 한국과 중국의 직교역은 전년보다 42·9%가 증가, 90억8천만달러에 이른다. 중국은 한국의 6번째 교역국이며 모두 1천42개의 항목에 걸쳐서 9억6천만달러의 대중국투자가 이루어졌다고 서울주재 중국대사관의 해기화공사가 밝혔다.

 한반도와 유난히 인연이 깊은 중국외교관 도병울씨(64)의 충고 한마디. 그는 중국국제문제연구소(한국의 외교안보연구원)의 고급연구원이다. 중국 청도가 고향인 아버지가 1930년 평양에서 전차를 놓는 기술자로 일할 때 태어났다. 그리고 초중고등학교 및 대학생활을 북한에서 했기에 우리말을 잘한다. 1950년 그의 나이 20세때 중국으로 귀국했고 바로 외교관이 되었다. 

 한국전쟁이 일어났을 때 모택동과 주은래의 조선어통역을 맡았고 휴전회담때는 중국대표 팽덕회의 통역으로 판문점근무를 했다. 또한 북한과 중국이 백두산지역 국경선회담때는 중국측 실무대표였다. 

 중국에서 한반도정책을 공식적으로 발표할 수 있는 전문가중의 한사람이다.

 처음 만나자마자 『회고록을 한권 쓰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했더니 빙그레 웃는다. 그리고는 『조선반도의 문제는 조선사람 자체의 소망대로, 조선민족의 지혜로 잘 처리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통일은 후대를 위한 투자이다. 지금은 힘들고 고생이 되어도 우리민족 스스로가 이루어내야 한다. 그래야 한반도가 21세기라는 대드라마의 주인공이 된다. 침묵하던 중국이 북한에 대해서 내정간섭이 아닌 우정어린 충고를 하는 것이 반갑다. 핵이라는 먹구름이 깨끗하게 걷히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