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건설현장 근로자 끈기“감명” 부임후 6년여를 한국에서 지내면서 수많은 변혁을 지켜보았다. 내가 속한 회교권문화의 습속과 그다지 다르지 않은 이곳의 전통과 풍습에 친밀감을 느끼기도 했고 때로는 전혀 낯선 사고의 영역에 온듯한 생경함도 느끼곤 했다.
하지만 나를 포함한 리비아국민들의 가슴속에는 이미 70년대 후반부터 리비아에 진출해 인프라(사회간접자본) 및 주택건설에 매진하고 있는 한국인들의 도전의지와 승부근성이 깊이 각인되어 있다.
한국인들의 개척정신은 국제사회에서 주목의 대상일 정도인데 지난 66년 한국이 해외건설에 첫 발을 들여놓은 뒤 93년 4월까지 공사수주 누계가 무려 1천억달러에 달한다는 사실이 이를 입증하고도 남는다. 한국 건설업계의 강한 추동력은 모국의 카다피 혁명지도부가 「녹색혁명」의 일환으로 계획한 세계 최대 규모의 대수로공사를 한국의 동아건설이 수주하는 계기가 됐을 정도다.
이 공사에 거는 리비아 국민의 기대와 애정은 이루 말할 수 없을만큼 크다. 이 회사의 마크가 부착된 차량이 시가지를 지나갈 때마다 환호를 지르는데 이것은 한국인들이 산업현장에서 보여준 철저한 근면성과 책임감을 그만큼 신뢰하기 때문이다. 리비아의 주요 도시와 산업현장이 한국업체의 열과 성으로 건설된다는 사실은 양국민 모두에게 가슴 뿌듯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한국은 「백의민족의 나라」답게 흰 옷을 즐겨 입고 노인을 공경하며 친지관계를 소중히 여기는 인정이 통하는 훈훈한 사회다. 이 점이 우리와 너무 흡사해 마치 고국에 온 듯한 푸근한 느낌을 갖게 한다. 양국은 역사적으로도 근세30여년동안 열강국의 식민통치를 당하며 치욕스런 아픔을 겪는 등 공통분모를 지니고 있다. 얼마전에 시내에서 데모로 인해 교통이 차단돼 불편을 겪은 적이 있는데 나중에 신문지상을 통해 이것이 일본의 침략에서 파생된 「정신대문제」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을 알고 동병상련을 느낀 적도 있다.
리비아와 상황이 비슷했던 한국은 외세의 강점과 동족분단의 비극속에서도 오늘의 번영과 발전을 이룩했다. 한국은 이제 리비아와도 건설분야등에서 일궈놓은 교두보를 바탕으로 정치·사회를 비롯한 여러 분야에서 보다 적극적인 교류에 힘을 기울여야 할것으로 생각한다. 국제화시대에 「인류는 하나의 공동체」라는 대명제에 부합되게 활발한 인적·문화적교류도 이루어야 할것이다.
지금도 나는 사하라사막의 거친 폭풍에도 굴하지않는 한국근로자들의 강인함과 투지를 떠올린다. 한국인들의 강한 유대감과 결속력은 이 나라의 밝은 미래를 약속하는 귀중한 자산이다. 이 자산이 한국과 리비아 양국을 떠받치는 정신적 버팀목으로도 오래 남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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