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얼마전까지만 해도 일본을 향해 기회가 있을 때마다 과거 일제침략에 대해 사과하라고 수없이 요구했었다. 그때마다 일본은 마지못해 묘한 용어들을 빌려 사과하는 시늉을 했을 뿐이다. 그러다가 작년 호소카와총리가 경주에 왔을때 한국민이 납득할 수준의 표현으로 사과했다. 그것으로 한일 양국간의 오랜 사과외교 줄다리기는 일단락 된 셈이다. ◆그러나 우리의 사과외교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북한의 남침을 도와 참전한 구소련 및 중국과 수교하면서 이들에게 사과를 요구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우리 자신이 급한 처지에 놓였던 당시 상황이라 큰 소리 칠 입장도 아니었다. 그래서 소련의 경우는 외무장관의 입을 빌려 완곡하게 유감의 뜻을 전하는 선에서 흐지부지 되었다. ◆그러나 중국의 경우는 수교협상 과정에서 사과가 있었다는게 한국의 설명이나 중국은 그런 일이 없었다고 부인했다. 지난번 김영삼대통령의 중국방문에서도 사과 얘기는 나오지 않았다. 6월에 있을 김대통령의 러시아방문에서도 과거사 얘기는 나올것 같지 않다. 그러고 보니 이들에 대한 사과외교도 끝난 셈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한승주외무장관이 느닷없이 베트남에 가서 한국의 참전에 대해 유감의 뜻을 표했다는 보도가 들어오고 있다. 그쪽에서 요구한 것도 아니고 우리가 자진 사과를 해야할 딱한 사정이 있는 것도 아니었기에 좀 어리둥절하다. 이런 과거사 청산문제가 항상 우리에게는 외교현안처럼 인식되어 온 탓인지 한외무의 발언은 아무리 외교적 수사라 하더라도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 ◆그당시 냉전상황에서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명분이 살아있고 또 아직 국내에서 역사적 재평가가 내려지지도 않은 시점이라 더욱 혼란스럽다. 아무래도 안해도 될말을 한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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