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정바람 한계”… 「햇볕론」 확산/「소외인사」들 「감싸안기」 주목 민자당의 주요당직자들은 요즘 기회가 있을 때마다 『청와대의 움직임을 잘 주시해 보라』고 말한다. 민주계가 주류인 이들은 그러나 『눈에 뛰는 대통령의 언행 하나로 개혁물결의 흐름이 바뀌었느니 하는 판단은 말라』고 주문한다.
개혁사정의 대명사처럼 돼버린「토사구팽」을 인구에 회자시킨 김재순전국회의장과 점심을 같이 먹고 경제계·정계원로들에게 각별한 관심을 표시하는가 하면 민자당의 초재선의원들과 3시간 가까이 저녁을 함께 하는 김영삼대통령의 최근 행보에 「깊은 뜻」이 배어있다는 얘기다. 아직도 김대통령앞에서 이름을 거명하는것조차 금기시된 몇몇「표적인물」들이 있지만 전반적인 대통령주변 분위기에 어떤 변화가 일고 있다는게 이들의 주장이다.
박관용비서실장은 이같은 대통령의 행보를 정국운영기조 또는 스타일의 변화로 보는 시각을 경계하면서 『국정장악의 자신감에서 비롯된 여유』라고 강조했다. 당직자들도 대체로 같은 시각을 드러내면서 『이제는 바람보다 햇볕이 더욱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해석했다.
오랜 기간 틈새에 낀 묵은 때를 벗겨내기 위해선 한때 세찬 「바람」이 필요했지만 개혁이 일정궤도에 접어든 지금은 「햇볕」으로 자발적 참여를 유도할 단계라는 분석이다. 요컨대 바람과 햇볕은 모두 수단일 뿐이어서 무엇을 선택하느냐가 정국운영의 물줄기를 뒤바꿀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신중한 접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의 행보를 중심으로한 최근 일련의 여권움직임은 음미할 대목이 많다는게 민자당의 일반적 반응이다. 당관계자들이 무게를 싣는 방향은 대체로 3가지이다.
첫째는 사정위주의 단기적 개혁에 의지해 국정운영의 중심을 잡아나가는 방식이 한계에 부딪쳤다는 분석이다. 특히 대기업위주로 급선회한 경제정책이 경기활성화의 싹을 키워내긴 했으나 그에 못지않은 비판을 받아 전체적 국정기조의 음영이 각부문에서 뚜렷이 대비되는 이상기류가 형성되고 있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둘째는 이 과정에서 공직사회의 복지부동이니 조계사사태이니 하는 악재들이 잇달아 돌출하고 『인사가 만사』임을 입버릇처럼 강조했던 김대통령의 스타일을 「구기는」잡음이 계속돼온 점을 들수 있다. 아울러 UR문제에서 지하철사고에 이르는 「만사」에 대통령이 일일이 나서 지시하는 방식이 결과적으로 공직사회의 수동성을 부채질했다는 내부판단도 있었던 것같다.
이와관련, 한 당직자는『지금까지 대통령의 강한 면모만 지나치게 부각돼온 것이 사실』이라며 『개혁이라는 국정기조는 어떠한 경우든 후퇴될수 없지만 긴장감을 불어넣는 방식은 강공드라이브만 능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다른 여권소식통은 『이제부터 대통령이 여권전체와 보폭을 맞추며 뛰겠다는 것으로 단순하게 이해할수도 있으나 「끌어안기」라는 표현보다 포괄의 범위를 더 넓혔다는 해석이 더욱 정확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마디로 김대통령이 소외감을 느껴온 여권그룹등을 만나 속마음을 열어보이는 것이나 첫단추가 잘못 끼워진 불교계와의 관계개선을 암중모색하고 공직사회의 사기진작책을 잇달아 내놓는 것등이 모두 같은 맥락위에 서있다는 얘기이다.
그러나 여권관계자들의 여러 해석과 설명에 관계없이 김대통령이나 여권의 최근 행보가 지난해 하반기 경제정책의 선회와 맥을 같이하며 지자제 선거일정등을 감안한 「정치성」을 깔고 있다는 관측도 만만찮음을 부인할 수 없다.【이유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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