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대서 「21세기 지도자론」 강연/민주적 리더십강조 독자적입지 모색/“여서 말꼬리” DJ발언 적극엄호 나서 이기택민주당대표가 최근 정가를 뒤흔들었던 김대중아·태재단이사장의 북한핵발언과 「신양김시대」에 대해 오랜 침묵을 깨고 입을 열었다. 이대표는 21일 하오 충남대 행정대학원 초청강연에서 당내 역학구조와 복합적으로 얽혀있는 이 「민감한」 현안들을 우회적으로 접근했다. 강연주제가 「21세기 국가경영과 지도자의 역할」인 만큼, 그의 말은 김영삼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직설적으로 겨냥하기도 했고 간접적이나마 신양김시대에 대한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이대표는 그동안 김이사장의 북한핵발언을 둘러싸고 여권과 동교동측이 거친 공방을 주고받는 와중에서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또 「신양김시대」라는 말이 나돌자 상대적으로 왜소해지는 곤욕을 겪으면서도 이대표의 입은 굳게 닫혀 있었다.
이대표는 먼저 김이사장의 북한핵발언 문제에 언급하며 김이사장을 엄호했다. 『김이사장은 통일문제에 누구보다도 깊이 생각하고 연구하고 있다. 정치를 은퇴한 원로로서 북한핵과 통일문제의 해법을 나름대로 제시하고 있다. 정치권은 그의 경륜으로부터 조언을 구해야 한다. 그런데도 여권은 김이사장의 말꼬리를 물고늘어지고 있다. 그런 자세가 국정운영에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이대표는 『여권이 이같은 소모적인 논쟁을 계속하면서 어찌 개혁을 할 수 있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권의 행태를 구태로 평가절하하는 얘기였다. 아울러 의도적인 무관심에서 벗어나 김이사장을 적극 엄호했다는 점이 두드러졌다.
이어 이대표는 「21세기의 지도자론」을 밝혔다. 이 대목은 당연히 기존 지도자들에 대한 평가를 포함할 수밖에 없어 강연전부터 관심의 초점이었다. 특히 여느때와는 달리 이대표측이 연설문을 미리 배포하지 않아 『파문을 불러일으키는 발언이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마저 불러일으켰다. 또한 측근들이 20일밤 이대표 자택에 모여 「신양김시대」의 거론여부를 놓고 격론을 벌였기 때문에 더욱더 예민한 시선이 쏠렸다.
그러나 이대표는 이 문제에 직설적인 언급을 삼갔다. 대신 간접화법으로 신양김시대에 대한 우회적인 자리매김을 했다. 이대표는 새로운 리더십을 「민주적 리더십」으로 규정했다. 『우리 정치에는 군사통치로 인한 권위주의적 질서가 남아 있다. 권위주의의 구태는 대통령 정치인 뿐만 아니라 사회전반에 잔존해 있다. 야당도 군사정권과 투쟁하던 과거에는 권위주의에 의해 이끌어져 왔다. 강한 야당의 지도력이 민주화와 시대변화를 창출해낼 수 있었으나 새 시대의 야당은 진정한 민주정당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이 말의 행간에는 『양김의 역할을 인정하지만, 새 시대에까지 카리스마적 리더십이 계속돼야 하는지는 의문이다』는 메시지가 내포돼 있었다. 당초 원고보다는 톤이 상당히 약화됐지만 모처럼만에 자신의 목소리를 내보려는 안간힘이 배어 있었다.【대전=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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