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취향 달라 유행도 따로따로 가요팬들의 입맛이 다양해졌다. 과거에는 옷차림의 유행처럼 일정한 장르가 한꺼번에 사랑을 받는 것이 대중음악계의 흐름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러한 유행성에서 탈피해 저마다 독특한 음악세계를 뽐내고 있는 가수들이 골고루 팬들로부터 후한 점수를 받고 있다.
전국DJ협회가 집계한 다운타운인기차트 최근결과를 보면 1위부터 10위까지 제각기 다른 색깔을 가진 노래들로 이러한 추세를 잘 반영하고 있다. 1위에 올라있는 이상우의 「비창」과 6위 신효범의 「난 널 사랑해」는 가창력이 뒷받침된 발라드곡이고 3위 듀스의 「우리는」은 랩을 가미한 흑인음악이다.
토크송과 레게리듬을 절묘하게 혼합한 임종환의 「그냥 걸었어」가 인기상한가를 달리며 5위에 올라있고 9위 김현철의 「달의 몰락」은 록과 재즈의 분위기를 동시에 느낄수 있다.
방송가요조사연구소에서 집계하는 방송횟수순위도 같은 결과를 보이고 있다.
1주일에 50회 이상 방송된 4곡의 노래들은 모자이크의 「자유시대」(록) 신효범 「난 널 사랑해」(발라드) 김건모 「핑계」(레게) 태진아 「사모곡」(트롯)으로 모두 다른 모습의 노래들이다.
랩의 열풍이 급격히 사그러든 후 나타나기 시작한 인기판도의 새질서는 대중음악계에 기획의 역할이 커졌고 기획단계부터 팬들의 다양한 기호를 맞추기 위해 개성을 전면에 내세워 이것이 성공을 거둔 결과로 풀이된다. 올상반기에 가장 큰 사랑을 받고있는 김건모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러한 현상은 우선 대중음악의 음악적 사고가 다양해졌고 요행을 노린 1회성 가수들의 출현이 불가능해졌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불과 1년전만해도 천편일률적으로 쏟아져나오는 랩음악 때문에 FM방송을 듣기가 짜증났던 가요팬들로서는 오래간만에 차려진 풍성한 메뉴가 반갑지 않을 수 없다. 한가지 장르의 음악이 뭉쳐져서 인기순위를 휩쓸 때 비슷한 것을 만들어 유행에 동승해보려는 얄팍한 상혼도 이제는 성공의 가능성이 희박해졌다. 철저한 기획과 차별화, 그리고 내용있는 메시지의 전달이 가요계의 기본조건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권오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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