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배우 장국영(38)은 얼굴값을 하는 배우다. 만년소년의 이미지를 화면 전체에 깔면서 사나운 남성의 모습과 연인의 연약함을 동시에 그려낸다. 장국영이 한국팬들에게 존재를 크게 알린 영화는 오우삼이 감독한 홍콩느와르의 걸작 「영웅본색」(86년). 범죄집단 중간보스의 동생이자 패기만만한 형사로 출연한 그는 복수심으로 일그러져가는 젊음의 모습을 열정적으로 연기한다. 주윤발 적룡등 그 당시 이미 스타의 대열에 올라있었던 성격파배우들과 좋은 앙상블을 이뤘고 영화의 주제곡까지 불러 크게 히트시켰다.
90년작 「아비정전」(왕가위감독)에서 장국영은 출생의 비밀에 괴로워하고 집착하는 가련한 남자로 모습을 바꾼다.
중국의 첸 카이거감독이 만든 「패왕별희」(93년)에서 장국영은 그의 아름다운 얼굴을 유감없이 활용한다. 경극배우이자 자신의 상대역을 사랑하는 동성연애자로 분한 그는 여성배우들조차 표현하기 힘든 사랑의 광기를 뿜어낸다.
그가 여자로 분장했을때 감독조차 여성으로 대할 수밖에 없었다는 일화를 남긴 이 영화는 93년 칸영화제 그랑프리를 수상했고 장국영은 동양의 연인에서 세계의 연인으로 무대를 넓히는데 성공했다.【현】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