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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료봉교체」 협상테이블로“이동”/IAEA 「별도협상팀」 파북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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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료봉교체」 협상테이블로“이동”/IAEA 「별도협상팀」 파북제의

입력
1994.05.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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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체수준 회복불능상태 아니다” 판단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19일(현지시간) 밤늦게까지 한스 블릭스사무총장 주재아래 북한의 핵연료봉 교체와 관련한 대책회의를 가졌다. 이는 17일부터 녕변에서 사찰활동에 들어간 IAEA사찰단이 5㎿ 실험용원자로에 접근, 북한이 이미 핵연료봉 교체작업을 시작했음을 확인, 보고해 온데 따른 것이다.

 대변인을 대기시키고 심야까지 종일 계속된 이 회의는 IAEA가 처한 어려운 상황과 고민을 단적으로 말해 주었다. 장문의 언론발표문은 밤10시30분에야 나왔다.

 IAEA는 이 발표문에서 세가지 입장을 확실히 밝혔다.

 첫째는 IAEA가 요구했던 일부 핵연료봉의 선택 및 분리, 보관등 안전조치가 결여된 핵연료교체는 핵안전협정상의 중대한 위반으로서 IAEA는 이를 유엔안보리와 IAEA이사회에 보고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북한이 핵연료교체 작업을 계속하면 과거의 핵물질 전용여부를 검증하기 위한 IAEA의 안전조치가 완전 파괴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셋째는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IAEA협상단을 즉시 북한에 파견할 것이며 북한은 협상이 끝날 때까지 연료교체를 연기하라는 요구이다.

 북한을 비난하면서도 촉구와 제재위협, 그리고 협상의사를 모두 언급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날 정리된 IAEA의 입장은 분명히 경고나 제재모색보다는 협상에 무게를 실은 것이다. IAEA는 사찰단을 중도에 귀환시킬지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IAEA는 지난 12일 북한으로부터 핵연료봉 교체를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는 통보를 받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찰단을 평양에 보낸 것은 이를 눈으로 확인하고 교체작업이 과연 어느정도까지 진행됐는지를 판단하기 위해서였다.

 사찰단이 보고한 구체적인 교체범위에 대해 IAEA는 공개하기를 거부했다. 그러나 주목되는 것은 IAEA가 아직도 핵안전조치 이행의 가능성이 남아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같은 판단은 바로 북한측에 협상을 제의한 대내외적 명분이 되는 것이다. 또한 IAEA로서는 또한번의 양보이자 후퇴이기도 하다.

 북한은 IAEA에 연료봉 교체시작을 통보하면서 현장에 가까운 곳에서 협상을 가질 것을 제의한 바 있다. 일단 일을 저질러놓고 이를 배수진으로 삼아 협상의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겠다는 전술적 측면이 강한 것이었다.

 IAEA의 언급으로 유추해볼 때 북한은 원자로의 가동중단과 냉각, 봉인제거등 준비과정을 마치고 8천여개의 연료봉중 적어도 1백여개정도는 빼냈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IAEA는 이 정도로는 아직까지 과거 핵물질의 전용여부에 대한 규명(최초의 연료봉인가에 대한 확인)이 완전 회복불능상태가 된 단계는 아니라고 결론내린 것이다.

 북한도 일부 연료봉을 제거했다 하더라도 추후 안전조치가 완전 불가능한 상황으로까지는 악화시켜 놓지 않았을 것으로 분석된다. 막다른 골목까지는 유도하되 협상의 여지는 남겨두는 것이 북한으로서도 그들의 목적인 3단계 북미회담의 성사를 위해서 필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한은 즉시 IAEA협상단을 받아들여 내주중에는 평양에서 협상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IAEA의 협상대표는 사무국 안전조치국의 아시아담당인 페리코스국장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IAEA와 북한간의 최초 평양협상은 뉴욕에서의 북미접촉이 동시에 진행되지 않는한 성과를 거두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까지 가이드라인은 항시 북미간 정치적 협상테이블에서 조정돼 왔으며 IAEA는 기술적으로 이를 실행해왔을 뿐이다.

 결국 북한이 연료봉교체작업의 일부 중단이나 연기등을 통해 추후 안전조치 이행 가능성을 열어놓고 동시에 미국이 뉴욕에서 3단계 북미회담 일정을 보장할 때 핵연료봉문제는 일단 해결의 실마리가 풀릴 것으로 보인다.【파리=한기봉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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