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핵문제가 유엔안보리 의장성명이 밝힌 사찰수용 시한이 가까워 오면서 중대한 국면을 맞고 있다. 북한이 녕변의 5㎿원자로의 연료봉교체 작업에 착수했음이 확인되어 국제사회를 긴장시키고 있는 것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이는 핵안전협정의 중대한 위반이라며 즉각 중단을 요구했고 한미양국은 일단 사태추이를 주시한다는 태도를 밝혔다. 교체작업을 강행할 것인지, 일단 중단하고 IAEA와 협의할 것인지는 전적으로 북한에 달려있다. 강행할 경우 마땅히 유엔에 의한 제재를 각오해야 할 것이다. 북한의 5㎿원자로는 천연우라늄을 원료로 사용하는 흑연감속가스냉각로로 1986년부터 가동에 들어갔다. 흑연감속재는 핵폭탄을 만드는 플루토늄의 추출이 용이한데 사용후 핵연료를 재처리하면 플루토늄을 뽑을 수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IAEA는 물론 한미등 국제사회가 각별하게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북한의 주장대로 8년만에 처음 연료봉을 교체하는 것인지, 또는 그동안 핵물질을 뽑아 전용했는지를 가리는 것이다. 「전용」은 곧 핵폭탄 개발에 착수했다는 얘기가 되고 그럴 경우 한반도의 안정과 남북한간의 균형이 깨지기 때문이다.
IAEA측이 연료봉교체때 연료봉의 임의선정·분리보관이 이행되어야 한다는 안전원칙아래 만일 북한이 무작정 교체를 더이상 계속할 경우 핵물질의 전용여부를 규명하기 어렵다고 보고 즉각 중단요구와 함께 협상을 제의한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미국 역시 북한이 5㎿의 8천10개의 연료봉 가운데 1백∼2백개를 빼냈고 연료봉의 보관과 검사가 불가능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은 아니라고 한 것은 북한에 합리적인 선택을 유도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제 북한과 IAEA는 신경전의 수준을 넘어 막바지 힘겨루기에 돌입한 느낌이다. 북한은 모든것을 핵에 걸고 있고 IAEA는 더이상 밀릴경우 국제적인 핵감시기구로서의 위상이 흔들린다는 관점에서 미국의 결정적인 후원아래 핵의혹 캐기를 서두르고 있다. 북한이 한미양국등을 자극시킬 것을 뻔히 알면서도 연료봉교체에 착수한 것도 고비마다 파행적인 일을 저질러 그토록 갈망하는 대미3단계회담을 앞당겨 관계개선과 경제협력등을 얻어내려는 속셈이다.
이럴때 우리정부는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것인가. 한미간의 협력체제를 더욱 강화, 긴밀화하는 것은 필수적이지만 그렇다고 핵문제가 우리손을 떠났다고 강건너 불구경하듯 해서는 안된다. 최악의 경우 유엔에 의한 국제적 제재에도 대비해야 하고 북한의 양보로 원만한 사찰과 3단계회담이 성사될때 미북관계 개선으로 전개될 새로운 동북아시아의 상황에도 다각적인 대책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북핵이 파국으로 치닫건 또는 해결되건 한반도 정세는 급전 급변한다는 것을 잊지말아야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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