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소외-벌목공등 불편심기 드러낸듯 20·21 양일간 서울에서 개최될 예정이었던 제1차 한·러시아 경제·과학공동위원회가 러시아측 사정으로 무산되는등 양국간에 불협화음이 빚어지고 있다.
러시아측은 지난 19일 이번 회담의 수석대표인 알렉산데르 쇼힌경제담당부총리가 내부사정으로 방한이 어렵다고 밝히면서 유리 야로프부총리(사회·노동담당)로 대표를 교체한다고 통보했다가 다시 대표단의 방문을 취소한다고 주러시아 한국대사관에 알려 왔다.
러시아측은 이어 양국경제·과학공동위를 모스크바에서 추후 적당한 시간에 열자는 제의를 해왔다. 이는 이유야 어떻든 외교관례상 보기 드문 결례임에 틀림없다.
그래서 옐친대통령은 급히 서신을 김영삼대통령에게 보내 사과의 뜻을 표한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측 내부사정을 보면 회담대표인 쇼힌의 소속정당인 통일화합당의 당수인 세르게이 샤흐라이부총리(민족담당)가 최근 전격 해임된데 반발, 보리스 옐친대통령을 강력하게 비판하고 나서는등 정부내의 분열조짐이 있었다.
샤흐라이는 오는 7월 군수산업, 군부, 내무부등에서 소요사태가 발생하고 8월 체르노미르딘총리가 사임하며 이후 의회해산등의 상황이 발생하는등 지난해 10월과 같은 유혈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며 자신의 해임조치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쇼힌은 그의 제2인자로서 「보스」의 이같은 행동에 처신하기 어려운 입장이었다. 또 일부 관측통들은 체르노미르딘과 쇼힌이 상당한 불화를 빚고 있으며 현재 경제, 재무, 대외경제를 총괄하는 그가 경제장관을 겸임하는 것은 내각의 조화가 안된다며 장관직을 박탈해야 된다는 주장도 나온바 있다.
사정이 이렇다 하더라도 예정된 일정을 일방적으로 취소한 러시아측의 입장은 납득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이번 회의에서 양국은 ▲모스크바 트레이드센터건립 ▲나훗카 전용공단설치 ▲보스토츠니크항 전용부두건설등 경제협력문제를 마무리하고 최대 현안인 러시아의 부채 및 이자 상환문제로 부총리간에 입장을 조율할 예정이었다.
특히 김영삼대통령의 러시아방문에 앞서 양국간 경협관계증진을 위한 사전정지작업을 하는 회의라는 점에서 볼 때 더욱 문제가 된다고 할 수 있다.
러시아측은 모스크바에서 추후 회의를 하자고 제의했지만 양국간에 이상기류가 형성되고 있지 않나 하는 의심마저 제기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최근 북핵문제등과 관련, 소외당하고 있다고 느낀 러시아가 영향력 확대를 위한 술수로 외교관례상 상식을 뛰어넘는 행동을 한 것이라는 추측도 할수 있다. 이밖에도 벌목공문제등에서 우리측이 러시아측과 합의도 되지 않은 사항을 일방적으로 선전하는등 러시아측의 감정을 자극한 점도 간과할 수 없다는 사항이다.
결국 대러시아외교의 첨병인 우리 공관의 저자세 외교등 우리측 문제와 함께 러시아내부의 복잡한 정치상황등이 상승작용을 일으켜 양국간에 이상기류가 감돌고 있는 것이다.【모스크바=이장훈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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