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막차로 사상첫 수술단행/시은 등 고객업무·마케팅부문 크게강화/“머잖아 감원한파”격심한 내부진통일듯 은행조직이 수술대위에 올려졌다. 뜨거워지는 금융경쟁시대에 적합한 날씬하고 탄력적인 「몸다지기」에 들어간 것이다.
아무리 돈을 쏟아부어 인재를 길러내고 좋은 상품을 만들어도 결국 경쟁의 에너지는 조직효율에서 나온다. 한 시중은행장은 『사람수를 줄여 경비절감하는게 경영합리화의 전부는 아니다. 진짜 중요한 것은 조직을 뜯어 고쳐 사람을 재배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무스타일과 인사체제의「지각변동」을 동반할 혁명적 조직개편의 물결은 지금 중앙은행에서부터 지방은행에 이르기까지 전은행권을 휩쓸고 있다.
한국은행은 19일 서무부와 관재부를 관리부로 통합하고 은행감독원의 총무국을 비롯, 심리과 여신분석3과 조사실등의 폐지를 골자로 하는 대규모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부서를 늘리거나 명칭을 바꾼 적은 여러번 있었지만 유사부서를 통폐합하고 폐지하는「축소지향형」조직개편은 중앙은행 창립이래 사실상 처음이라는 것이 금융계의 평가다.
사실 금융계 조직개편에서 한은은 가장 뒤늦은 셈이다. 시중은행은 물론 경제부처들도 이미 조직수술을 끝마쳤다. 인사적체를 생각하면 부서를 늘려도 모자라지만 금융계의 대세(경영합리화)를 선도해야할 한은으로선 결국 2개의 부장자리를 줄일 수밖에 없었다.
한은 못지않게 보수성이 짙은 산업은행도 올해초「완전히 뜯고 다시 짜맞추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전체부서중 약 4분의1에 해당하는 6개부 3개실이 사라지고 새로운 3부 1실이 만들어졌으며 6개팀이 신설됐는데 팀운영으로 대출신청절차가 종전의 4분의1로 대폭 축소됐다고 한다. 국민은행도 2부14실을 폐지하는 대신 팀을 9개 신설하면서 마케팅관련부서를 대폭 강화, 올하반기 민영화에 대비한 조직정비를 마쳤다.
시중은행의 조직개편도 ▲부서통폐합 ▲팀제도입 ▲결재단계축소등에선 한은이나 국책은행들과 유사하다. 작년 상업은행이 3개부를 폐쇄하고 2개부를 실로 축소한 것을 비롯, 올해도 조흥·한일은행이 1부2실과 1부를 줄였다. 지방은행인 광주은행은 이달초 국내은행중 처음으로 전통적인 부서단위를 전면개편, 11부3실15과를 22개팀으로 완전 재조직했다. 덕분에 행원―대리―과장―부장―임원에 이르던 결재라인이 팀원―팀장―임원으로 짧아지게 됐다.
시중은행의 조직수술은 그러나 「상업마인드」가 확실히 강하다. 과·실수준에 머물러있던 고객업무 및 마케팅관련단위는 한결같이 부로 승격됐고 지역내 지점영업을 총괄하는 영업본부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일부은행들은 영업본부장을 부장급에서 임원급으로 승격, 영업전담임원만 3∼4명씩 두고 있다.
조직을 뒤흔들다보면 내부반발도 크다. 극심한 「인사적체」에 시달리고 있는 은행에서 축소지향형의 조직개편은 직원들의 승진기회를 그만큼 빼앗는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사기와 업무효율저하의 부작용도 우려된다. 또 돈을 만지는 은행업무의 보수적 속성상 일반대기업의 조직개혁모델을 흉내내는 식의 급격한 조직변혁은 적절치 않다는 시각도 많다.
「주무르면 커지게 마련」인 조직을 거꾸로 줄이도록 메스를 대고 있는 은행조직개편은 지난해의 매머드급 감원바람 못지않은 파장이 예상된다.【이성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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