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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자동차(장명수칼럼:16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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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자동차(장명수칼럼:1677)

입력
1994.05.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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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영화 「주라기 공원」이 93년 세계에서 벌어들인 흥행수입은 8억5천만불로 자동차 1백50만대를 수출하여 벌어들이는 수익과 맞먹는다는 것을 지적한 한 보고서가 문화에 대한 새로운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대통령 자문기구인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위원장 이상희)는 17일 대통령에게 「첨단 영상산업 진흥방안」을 보고했는데, 『영상산업은 21세기의 주도적인 고부가가치 산업이 될것이므로 이 분야를 국가핵심사업으로 집중지원하고, 우수한 인재양성을 서둘러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다. 그 보고서를 읽으면서 먼저 생각나는것은 신봉조선생님이 1953년 피란지 부산에서 서울예고를 설립하면서 강조했던 예술교육론이다. 당시 이화여고 교장이었던 그는 전쟁의 와중에서 교육이 나아갈 길을 골똘히 생각했고, 우리가 단시일안에 전쟁의 상처를 극복하려면 조기예술교육을 서둘러 세계적인 예술가를 키워내야 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동족상잔의 전쟁으로 얼룩진 한국의 이미지와 추락된 한국인의 자존심을 치유하는 길은 우리가 세계무대에서 하루빨리 두각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공고나 상고는 알아도 예고를 아는 사람은 드물던 시절 그는 이화여고안에 서울예고를 세우는데 성공했다. 한치앞이 보이지 않는 절망적인 상황에서 한 교육자가 품었던 화려한 예술중흥의 꿈은 예술영재들을 통해 만개했다. 정명화·경화·명훈 삼남매와 김영욱등 세계에 코리아를 알린 음악인들은 어린시절부터 신선생님이 교육자의 열망으로 키워낸 인재들이다. 서울예고는 그후 40여년동안 음악, 미술, 무용등에서 수많은 인재를 배출하여 이나라 문화계에 기둥을 세웠다.

 전쟁의 이미지를 씻고 문화한국의 이미지를 세계에 높이 세우고자 했던 그의 꿈을 우리는 재조명해야 한다. 예술교육과 문화산업 육성이라는 과제는 이제 코리아의 이미지를 높이는데서 더 나아가 강대국의 문화종속으로부터 우리자신을 지키고, 무역전쟁에서 살아 남아야 한다는 절박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의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는 6천5백만불을 들여 만든 「주라기공원」으로 1년에 8억5천만불을 세계시장에서 벌어들였다.93년 세계영화 흥행수입 톱10중 그의 작품이 4편을 차지, 총25억불의 수입을 올렸는데 우리돈으로 2조1백10억원에 이른다.

 우리도 수많은 스필버그를 키워내야 한다.공부잘하는 학생들이 법대, 공대, 의대로 몰리는 풍토부터 바꿔가야 한다. 「주라기 공원」과 자동차 1백50만대 수출(우리나라 자동차 수출의 2년물량)을 대비시킨 그 보고서는 의미심장하고, 시의적절하다.<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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