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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되는 북한 속사정(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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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되는 북한 속사정(사설)

입력
1994.05.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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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핵문제로 국제사회에 커다란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시점에 북한의 김일성이 평양을 방문중인 인도 웨스트벵골주지사에게 식량과 의약품의 긴급원조를 요청하고 제12회 히로시마 아시아경기대회에 불참하기로 결정한 것은 북한이 직면한 심각한 식량부족과 경제난국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으로 국제적인 고립의 심화와 더 나아가서는 한반도의 긴장고조로 이어질 것이 심히 우려된다. 압록강과 두만강을 넘어 연변일원의 국경지대서 방황하는 탈북동포의 수가 갈수록 늘고 군인들 조차 영양실조에 허덕이며 제조공장의 60∼70%가 에너지난으로 가동을 중단하고 외채가 1백억달러를 넘는등 북한의 경제상황이 한계점을 넘어 파국에 이르렀음은 여러 경로의 정보자료를 통해 확인된 바다. 이런 때에 얼마전까지만 해도 6백명의 선수단을 파견하겠다던 북한이 갑작스럽게 대회불참으로 급선회한 것은 심각한 식량부족과 에너지난등 경제난국을 더 이상 호도할 수 없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그와 같은 파국에서 북한이 수백만달러에 이르는 대회출전경비를 조달할 수 없음은 쉽게 짐작된다.

 북한은 현재 단체구기불출전만 밝혔을 뿐 개인경기 출전여부는 밝히지 않고 있다. 7월4일로 되어 있는 개인경기참가신청이 마감되어야만 북한의 대회불참 여부가 확실하게 밝혀질 것이지만 단체경기에 불참한채 개인경기에만 참가한다는 것은 상식밖이므로 북한은 대회에 불참하는 것으로 일단 결론지을 수 있을 것 같다. 북한의 대회불참은 대외적인 체육관계를 단절하는 스포츠쇄국으로의 선회를 의미하는 것이나 그 파장은 스포츠에만 머무르지 않을 것이다.

 북한의 스포츠쇄국은 경색된 남북관계를 스포츠교류로 풀고 화해분위기를 조성하려는 민족적인 기대에 찬물을 끼얹고 2002년 월드컵축구유치에 남북공동주최를 비장의 카드로 활용하려는 체육외교에도 걸림돌이 될 것이다.

 사실 외화부족으로 아시안게임에 불참하고 또 국가도 아닌 일개 주지사에게 식량원조를 구걸했다는 것은 매우 수치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북한이 식량난 에너지난 그리고 경제파탄으로 주민불만이 위험수위에 도달했음에도 안타까운 일은 김일성부자의 여전한 핵놀음이다. 하지만 그들의 핵놀음도 이제 막바지에 이르렀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팀이 방북, 북핵에 대한 재한적이나마 마지막 사찰활동을 벌이고 있으며 여기에서 북한이 플루토늄을 몰래 추출하여 핵물질을 군사목적으로 전용한 것이 드러날 경우 유엔안보리의 결의로 경제제재, 즉 물적 인적봉쇄를 받게될 것이다. 결국 김일성은 주민들을 인질삼아 핵놀음으로 모든 것을 얻으려다 모든 것을 잃게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그렇게 되면 그들 체제는 흔들리고 붕괴의 길을 걷게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일성은 하루빨리 핵투명성을 공인받음으로써 체제유지와 주민구제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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