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매법인 공금횡령·유통비리 적발 그쳐 농수산물 유통비리에 대한 검찰 수사는 도매법인들의 대국회로비등 의혹의 핵심에는 접근하지 못한 채 법인대표들의 공금횡령과 장외거래등 유통비리를 적발하는 선에서 사실상 마무리됐다.
서울지검은 『중매인들과 공무원들의 유착관계등 미진한 부분을 계속 수사하겠다』고 밝혔으나 가장 기대했던 도매법인들에 대한 수사에서 소득을 얻지 못한 상태에서 달리 기대할 게 없다는 것이 대체적인 반응이다.
검찰이 10여일간 서울지검 특수부 검사 전원을 투입해 얻어낸 결론은 한마디로 중매인들과의 「공생관계」를 강조하며 『대국회로비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았다』는 도매법인들의 주장을 확인해준 것에 불과하다.
물론 검찰은 일부 도매법인들이 근무하지도 않은 임원의 아들에게 월급등을 지급한 것처럼 장부를 조작, 법인 수익금을 횡령한 사실등을 적발해 외형상 도매법인들에 철퇴를 가한 듯한 모습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수사의 핵심이 중매인들의 도·소매행위를 금지하도록 규정한 농안법개정과정에서 대국회로비가 있었는지를 규명하는데 있었던 점을 감안 할 때 이같은 법인 비리는 지엽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또 바나나 거래를 둘러싼 수입업자―도매법인―중매인의 담합행위를 적발, 유통비리의 일면을 건드리긴 했으나 검찰 스스로 이같은 담합행위가 바나나 소비격감에 따른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어 이에 대한 처벌은 결국 핵심을 비껴간 데 대한 구색 갖추기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검찰도 이같은 점을 의식, 19일 수사중간발표에서 『도매법인들이 로비를 하지 않았다』고 단정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중매인들의 도· 소매행위 금지에 따른 영업위축은 도매법인들의 수수료 수입 감소로 귀결된다』는 도매법인들의 주장이 설득력있다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사실상 농안법개정을 둘러싼 정치권의 자금수수 가능성을 간접적으로 부정한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이처럼 변죽만 울린 수사결과는 검찰이 당초 「로비혐의」를 중점수사하겠다고 천명한 것 자체가 농안법 파동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여지없이 드러난 정부의 무능력에 대한 비판을 일단 모면하려는 고려에서 나온 것이라는 비판을 낳고 있다.
수사착수 당시 『맨 땅에 머리박기』라는 검사들의 공공연한 불만은 이번 수사가 검찰 자체의 독자적인 판단에 따른 것이 아니라 6개월뒤의 농안법시행에 장애가 될 반발세력을 사전제어할 필요성에서 허겁지겁 착수됐음을 시사한다.
이와 함께 정치성 의혹사건들에 대해 정치권의 「눈치」를 보며 소극적 자세로 일관해 온데 대한 검찰 안팎의 비판을 의식, 확고한 수사의지나 목표, 그리고 성과에 대한 확신조차 없이 무작정 수사에 착수했다는 검찰 내부의 회의적 분석이 옳았음을 입증했다고 할 수 있다.
결국 검찰은 스스로 수사목표로 공언한 로비의혹을 규명하는데 실패함으로써 『검찰권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결과를 자초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 같다.【김승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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