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라늄농축 축소 등 시늉에 그쳐/플루토늄 대량사용엔 변화없어 일본원자력위원회가 18일 발표한 「원자력개발이용장기계획」의 골격은 일본의 플루토늄이용이 핵확산에 연결될 수밖에 없다는 국내외의 우려에 대해 『잉여 플루토늄은 갖지 않겠다』는 원칙을 선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원자력위원회는 이 골격을 토대로 내달까지 장기계획안을 확정짓는다는 방침이지만 이는 일본핵개발에 대한 외국의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한 제스처에 불과하다.
이번 계획은 고속증식로를 장래 원자력발전의 주력으로 삼고 그 실용화시기를 2020∼2030년 정도로 잡았던 87년계획안에서 시기를 2030년께로 다소 늦췄고 2000년에 연간 3천톤 규모로 계획했던 우라늄농축의 규모도 1천5백톤 정도로 축소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일본이 이같이 에너지정책을 부분 수정한 것은 지난 7년동안 냉전구조의 붕괴, 지구환경문제의 대두, 북한의 핵개발의혹등으로 인한 핵확산 우려, 원자력과 국제사회의 제반환경이 변화했기 때문이다.
작년 1월 「아카쓰키마루」호에 의한 플루토늄의 해상수송이나 지난 4월의 고속증식로 「몬주」의 가동등으로 일본의 핵정책이 국제적으로 주목을 받게 됐다. 일본은 지난해 4월 아오모리(청삼)현의 로카쇼무라(륙소촌)에 세계 최대규모의 플루토늄생산능력을 갖춘 핵연료재처리공장을 착공했으며 2년전부터 이곳에서 우라늄농축공장과 저준위 방사성폐기물 매설센터를 가동하고 있다.
게다가 일본은 75년부터 92년까지 1톤 이상의 플루토늄을 수입한데 이어 지난해에는 프랑스로부터 1.5톤의 플루토늄을 반입한 바 있다. 플루토늄을 제조할 수 있는 시설과 인력, 기술등 제반요소를 확보하고 있는 일본이 이처럼 핵연료처리공장의 건설에 열을 올리면서 한편으로는 플루토늄의 수입을 병행하자 지난 4월말 미국의 국방군축연구소(IDDS)는 정례 군비통제보고서에서 『일본이 전자기폭장치등 핵무기제조에 필요한 모든 부품을 이미 확보했으며 유사시 단기간에 이를 완성할 목적으로 일부를 이미 조립하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는 이어 45개의 원자로를 가동하고 있는 일본이 4천5백㎏이 넘는 플루토늄을 축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외국의 의심스런 눈초리에 대해 일본 정부관계자들은 『일본의 핵옵션은 없다. 조만간은 물론 먼 훗날에도 일본이 핵강국이 될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했다는 사실이 증명될 경우 일본이 자위를 이유로 핵무기를 만들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는 것이다.
일본이 현재는 핵무장을 목적으로 하기보다는 에너지안보차원에서 핵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국제정세의 변화에 따라서는 일본의 잠재적인 핵능력이 군사대국을 향해 이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볼 수 있다.
일본은 당초 2010년까지 플루토늄을 1백톤 확보한다는 계획이었으나 이번 계획안에 나타난 2010년까지의 플루토늄 수급량은 약 10톤정도 줄어든 것에 불과하다. 따라서 일본이 원자력발전을 위해 플루토늄의 이용에 중점을 두고 대량의 플루토늄을 사용한다는 종래의 방침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 또 그 정도의 플루토늄은 일본의 원자력발전에는 전혀 지장이 없는 것으로 다만 비축의 양을 줄인다는 의미에 불과하다.
따라서 일본이 경수로에서 플루토늄을 소비하여 잉여플루토늄을 갖지 않겠다는 이번 방침은 플루토늄의 이용에 의심을 풀지 않는 외국의 전문가들에게는 「눈가리고 아웅」이라는 인상을 주고 있을 뿐이다. 일본의 핵정책에 정통한 이곳의 한 외교관은 『일본은 마음만 먹으면 6개월 이내에 핵무기를 보유할 수 있다. 이번 원자력장기계획의 부분적인 변경은 일본의 핵무장에는 전혀 지장을 줄 수 없다』고 말했다.【도쿄=이재무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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