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빨리, 더 멀리, 더 높이」 뛰고자 하는 것은 밀림법칙 속에서 생존해온 인류의 원초적 본능일 수도 있다. 이같은 인간의 신체적 본능에 가장 유사한 경기가 축구다. 파란 잔디구장에서 공을 차고 달리며 공중볼을 다투는 축구는 관중입장에서도 가장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게임이다. 그래서 오늘날 지구촌에서 축구야말로 인종·언어·피부색깔·신앙과 이념의 장벽을 뛰어넘는 가장 보편적 스포츠로 자리매김되고 있다. 거대한 경제력에 비해 국제화가 뒤떨어진다고 늘상 통탄해온 일본이 프로야구를 제쳐두고 프로축구붐을 일으킨 것도 국제화를 부르짖는 우리 입장에서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지구촌의 공통신체언어인 축구경기의 조직과 규칙을 관장하는 총사령탑이 FIFA(국제축구연맹)다. 1904년 세계축구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창립된 FIFA는 당초 7개 회원국으로 출범했으나 이제 「망백」의 연륜 속에서 1백75개 회원국과 13개 준회원국을 거느리는 거대집단으로 성장했다. FIFA가 주관하는 월드컵축구는 단일종목의 세계대회임에도 불구하고 IOC(국제올림픽위원회)가 주관하는 올림픽과 함께 지구촌 양대 스포츠행사로 발전했다. 88올림픽을 치른 한국이 2002년 월드컵유치를 노리는 것도 국제화시대의 당연한 결론이다.
FIFA는 회장과 8명의 부회장, 12명의 위원등 모두 21명의 집행부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다. 창립이래 90년동안 지금까지 9명의 수장만을 섬겨 왔다는 사실이 FIFA가 그 어느 단체 보다 폐쇄적이고 경직된 단체임을 증명한다. 74년 취임후 20년째인 브라질 출신 아벨란제회장 역시 차기총회에서 4년간의 임기연장이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 더구나 70년대 들어 TV등의 급속한 보급으로 스포츠중계수입이 늘어나면서 FIFA는 막강해진 재력을 바탕으로 그 폐쇄성을 더욱 강화시키면서 마침내는 「FIFA공화국」이라는 별칭까지 얻게 되었다.
월드컵유치운동의 일환으로 뒤늦게 출마선언을 한 한국의 정몽준 축구협회회장이 지난 13일 아시아지역 파견 FIFA부회장에 당선되었다. 그것도 아시아축구정치를 주름잡던 중동표가 양분되고 일본표가 예상 밖으로 몰락하면서 1표차로 신승을 거뒀다. 마치 월드컵 카타르예선 최종전에서 한국이 이라크의 선전덕분에 본선진출을 했듯이 천우신조라고나 할까….
정회장의 당선은 이제 한국이 폐쇄적 단체인 FIFA집행부에 새로 참여함으로써 일본과의 월드컵유치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는 데에 그 뜻이 있다. 그럴수록 월드컵개최지 확정 때까지 정회장을 비롯한 체육인들의 선전과 정부차원의 지원이 더욱 기대된다.<체육부장>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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