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활황세 장기화 될것”/한은 “올 가을이 지속여부 고비”/일부선 “반짝하다 사그라질지도” 우려/중기인력난·외화유입·원자재값 상승 극복이 관건 한창 호조를 보이기 시작한 경기가 계속 활황세를 유지하면서 장기상승국면으로 이어질 것인가 아니면 지난번 처럼 또 한번 거품만 일으키는 포말경기로 끝나고 말것인가. 본격적인 확장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평가되는 이번 경기가 얼마나 지속될 것인가에 관한 「경기수명」논쟁이 관심을 끌고 있다. 이번 호황에 대해 상당수 전문가들이 성장내용이 건실해 오래갈 것이라고 보고 있는 반면 일부에서는 거품성 과열을 우려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18일 현재 호조를 보이고 있는 국내경기의 지속여부는 올 가을이 고비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경기의 수명이 가을로 예상되는 중소기업중심의 인력난과 투기성 단기외화자금의 급속한 유입, 국제원자재가격의 상승등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이같은 장애요소들을 무난히 극복할 경우 경기확장추세는 상당히 오래 지속되겠지만 그렇지 못할 때에는 예상보다 빨리 경기가 식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한은은 이에 따라 적절한 인력수급 및 단기외화자금유입에 대한 대책마련, 물가안정기조 유지, 근본적인 수출경쟁력 강화등 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경기사이클의 직전 확장기(89년 7월∼91년 1월)에는 2백만호 주택건설에 따른 건설투자와 임금상승에 따른 민간소비가 경기를 주도했지만 물가급등과 과소비로 확장국면이 60년대 이후 가장 짧은 18개월 짜리 단명경기였다. 거품이 꺼진 결과였다. 또 3저때(85년 9월∼88년 1월)도 수출과 설비투자가 호조를 보였으나 저임금에 기초한 수출의 한계와 과소비등으로 확장국면(28개월)이 장기화되지 못했다.
한은은 지난 91년초부터 내리막길에 들어섰던 경기가 지난해 1월 바닥(저점)을 친 후 중화학공업을 중심으로 부진에서 벗어났으며 최근 들어 회복세가 경공업부문으로 확산되면서 본격적 확장국면에 진입, 현재 빠른 속도로 팽창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수출, 설비투자, 기업의 자금흐름, 민간소비추세등 각종 지표로 보아 경기는 꾸준히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에 따라 한은은 올해 1·4분기 경제성장률이 최소한 8·5%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3·4분기 이후 성장률이 전반기에 비해 다소 낮아지더라도 이는 전년도 기준치가 높기 때문이며 상승기조에는 변함이 없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이같은 확장추세가 올 가을 한차례 난관에 부딪치게될 것이라는게 한은의 예측이다. 우선 우려되는 것이 경공업 부문을 중심으로한 인력난이다. 올들어 차츰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경공업은 3·4분기를 지나면서 확장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한은은 전망하고 있다. 이 경우 경공업부문은 생산확대에 따른 충분한 인력을 확보하기가 힘들 것이며 이에 따라 공급부족이나 임금급등 등 과열상태를 보이면서 경기확장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경공업의 호조로 중화학공업과 경공업간의 양극화현상은 크게 완화되겠지만 그 부산물인 경공업부문의 인력부족현상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또 반도체 자동차등 호황업종에서의 막대한 시설투자는 이 설비를 다룰 고급인력의 부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할만한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하반기 들어 크게 늘어날 단기외화유입도 경기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올들어 경기호조에 따른 시설재수입 증가로 경상수지 적자가 계속되고 있으며 1·4분기중 그 규모는 25억달러에 달했다. 이처럼 적자가 계속되는 상태에서 외국인 투자한도 확대등으로 크게 늘어날 외화자금유입은 물가를 위협할 뿐 아니라 원화의 평가절상 압력으로 작용해 국내기업의 수출에 타격을 주게 된다. 외화의 과도한 유입은 결국 시중자금을 부동산과 주식부문에 몰리게 해 우리 경제를 거품화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또 정부가 긴축으로 나갈 경우 경기를 냉각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우려도 있다.
국제원자재가격도 문제가 되고 있다. 미국 유럽 뿐 아니라 개발도상국들도 경기가 좋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원자재도 공급이 달리면서 가격오름폭이 점차 커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난 4월 수입물가지수는 석유·화학제품 및 농산품 가격의 상승으로 지난해말에 비해 2.8% 상승했다.
한은 관계자는 『현재는 경기과열을 우려할 상태는 아니나 앞으로 취약한 부문에서 공급애로나 임금상승등이 발생, 전체 경기상승에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이 있다』며 『지속적인 경기확장을 위해 적절한 인력 수급계획과 외화자금유입 대책등의 구체적인 정책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모처럼만에 살아난 경기를 안정적인 장기 상승국면으로 이끌어나가자면 미리미리 대비책을 세워 경기의 건강성을 확보해야한다는 지적이다.【이상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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