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성급한 접근몰아치기 보도에 불쾌감/북핵문제 등 지위 걸맞는 영향력행사 바라 러시아의 시베리아벌목장을 탈출한 북한노동자 5명이 18일 서울에 도착함으로써 앞으로 러시아가 과연 벌목노동자문제를 어떻게 처리해 나갈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탈출벌목노동자들은 러시아뿐아니라 우즈베크 카자흐등 독립국가연합(CIS)각공화국에 흩어져 있는데 이중 한국귀순을 희망하는 사람은 모두 90명선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정부는 탈출벌목공을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수용한다는 원칙을 천명한후 이들 국가들과 그동안 송환교섭을 벌여왔다.
이번에 귀순한 벌목노동자들은 러시아가 아닌 CIS국가에서 탈출해 왔기 때문에 러시아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으나 이해가 얽힌 사안임은 틀림없다.
러시아는 그동안 여러차례에 걸쳐 자국의 거주허가증을 받은 외국인은 어디로든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한국정부는 이같은 러시아의 의사를 협상때 마다 확인한 바 있으며 다만 실무적으로 러시아내의 의견조정과 절차논의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탈출벌목노동자의 송환이 지체되고 있다고 밝혔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목해야할 사항은 최근 북한과 러시아간의 고위급회담에서 볼 수 있듯이 북한측이 러시아에 탈출벌목노동자의 한국행이 양국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는 사실이다. 여러상황을 짚어볼때 러시아가 자국내 탈출벌목노동자에 대해 우리정부 의사대로 신속하게 한국행을 허용할 것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
다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러시아가 이번 서울송환에 별다른 영향을 받지않고 우리측과 실무협상을 계속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러시아는 벌목노동자문제와 관련, 자국이 마치 인권을 무시한다든가, 고의적으로 이 문제 해결을 외면한다는등 일부한국언론의 보도태도에 상당한 불쾌감을 표시하면서 우리정부에 언론의 과도한 추측이나 부정확한 보도를 시정해 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러시아의 기본입장은 인도주의적 측면에서 해결의사를 갖고 있는 만큼 시간을 갖고 관련국들이 납득할 수 있는 방향으로 처리하자는 것이다.
러시아는 북한 핵문제,한반도비핵화와 동북아의 집단안보체제등 보다 중요한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측이 벌목노동자문제만을 이슈화하고 있는 점에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러시아는 한반도주변4강으로서의 영향력을 행사하기를 원하고 있는데 한국측은 이에 대한 관심보다는 한수 낮은 차원인 벌목노동자문제에 너무 집착함으로써 상대적으로 자국의 위상을 격하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러시아한국대사관의 한 고위관계자도 러시아측의 이같은 입장을 이해하면서 너무 벌목노동자문제를 부각시킬 경우 러시아의 입장이 변화할 수 있음을 경계했다.
안드레이 코지레프 러시아외무장관이 지난달 한승주외무장관과의 회담에서 『북한핵문제와 관련, 러시아를 마치 유고사태에서처럼 어떤 결정이나 통보받는 국가로 취급해서는 안되며 러시아도 그 결정에 참여하는 국가』라고 말한 대목도 이같은 러시아의 입장을 함축하고 있다.
러시아는 벌목노동자문제도 북한과 임업협정개정협상을 통해 인권을 존중하는 조항을 마련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보고 있다. 북한을 자극하거나 코너로 몰아넣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벌목노동자문제에 있어 한국정부의 보다 신중하고 사려깊은 접근이 요구되고 있다.【모스크바=이장훈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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