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 본다/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이렇게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는/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별은 밝음 속에 살아지고/나는 어둠 속에 살아진다」 이산 김광섭시인의 대표작인 이 「저녁」 속의 시구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는 수화 김환기화백의 대표작 화제로 더 널리 알려졌다. ◆70년 제1회 한국일보 미술대상전에 출품되어 대상을 수상한 이 작품은 그 당시 국내화단에 커다란 충격파를 일으켰다. 미협 이사장까지 역임하고 해외로 이주한 중진대가가 막 신설된 국내 공모전에 출품하여 대상을 수상했다는 사실 자체가 예사롭지 않은데다가 작품세계의 변모가 너무도 놀라웠기 때문이었다. ◆세밀한 면분할을 통해 무수한 색점으로 화폭을 가득히 메운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는 항아리, 새, 달, 여인, 나뭇가지등 토속적인 소재를 단순화된 구도와 절제된 기법으로 화폭에 담아 옛 문인화에서 느낄 수 있었던 담백한 선비의 멋과 서정적인 정감을 형상화했던 그의 작품세계와는 전혀 판이한 경지의 작품이었다. ◆스스로 택한 「예술의 망명처」인 뉴욕에서 사무치는 망향의 회포를 색점에 담아 한점 한점 찍으며 작업했다는 작가의 변이 작품에 숙연한 분위기를 더해 주었다. 그로부터 4년뒤 수화는 현대미술사에 큰 발자취를 남기고 객지에서 타계했다. 작고 20주년을 맞아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라는 이름으로 회고전이 그의 기념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기존의 화가적 입지를 훌훌 털어버린 64년 이후 뉴욕시대는 청징한 청색조의 바탕에 색점이 저녁하늘의 별인양 하나씩 둘씩 떠오르는 작품세계의 변모를 강렬하게 보여주어 무엇보다도 인상적이다. 사무치는 그리움과 외로움을 절규라도 하듯 캔버스에 토해 낸 수화는 색점이 되어 다시 만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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