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 연행자 1백66만8천명, 강제송환대상 1백4만3천7백명. 일본이 2차대전당시 강제로 끌어간 한국인들의 숫자다. 17일 일본외무부가 보관중인 문서속에서 확인된 이 숫자는 그당시 한국인들이 당한 전체적인 수난 규모를 알게 해주는 첫 공식자료일뿐 아니라 해방 50주년을 앞두고 역사를 올바로 정리한다는 차원에서도 큰 의미를 지닌다. 특히 이 문서는 패전 직후 일본정부가 작성해 미군사령부(GHQ)에 제출한 공식문서로 신뢰성이 높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지금까지 일본은 한국인 강제연행자의 배상문제등이 제기될 때마다 공식문서가 없어 강제연행실태를 알 수 없다고 발뺌을 해왔는데, 이 문서의 발견으로 전후문제 처리에 대한 일본정부의 진실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그동안 일본정부는 한국통치시절의 만행을 부각시키지 않기 위해 자료를 감추는등 수단을 아끼지 않았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교과서 검정이다. 강제연행, 창씨개명, 정신대문제등 명확한 사실까지도 교과서 검정이란 방법등을 통해 왜곡하거나 흐리려했고, 사실이 확인되거나 국제적인 여론에 밀리면 마지못해 이를 시인하는 태도를 취해왔다. 강제연행의 전체적인 실태에 대해서는 자료가 없다는 이유로 이를 밝히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은 것은 잘 알려진 일이다.
이번에 확인된 강제연행자 1백66만명이란 숫자는 우리민족이 당한 수난의 규모가 얼마나 크고 잔인했던가를 그대로 말해준다. 그당시 2천5백만명이 조금 넘었던 우리나라의 인구(44년5월1일현재)를 생각할 때 엄청난 규모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15명당 1명이 끌려갔다. 1천3백만명에 조금 못미쳤던 남자인구와 대비해 생각하면 8명당 1명이 강제연행됐다는 계산이 나온다. 노약자와 어린이를 제외하면 집집마다 생이별의 아픔을 당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이뿐만이 아니다. 강제연행자 1백66만명에 대해 강제송환대상자는 1백4만명뿐이었다는 사실도 가볍게 지나칠 수 없다. 62만명이란 두 숫자의 차이가 갖는 의미를 우리는 곰곰이 되십어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이번 강제연행자 보고문서 발견을 계기로 우리는 전거에 의한 역사적 사실규명에 더욱 힘을 기울이고 서둘러야 한다. 감정이 앞선 주장보다는 자료발굴로 우리의 수난을 뒷받침해야 한다. 해방이 된지도 반세기를 맞고 있다. 세월이 흐를수록 이같은 작업은 더욱 어려워 짐을 명심해야 한다.
일본정부도 전후처리를 깨끗이 하고 역사를 사실 그대로 적는다는 의미에서 관계자료를 숨기기 보다 있는 그대로 공개해야 한다. 일본정부가 지금까지와 같은 떳떳하지 못한 태도를 견지하면 일본은 전쟁당시의 만행에 따른 질책과 함께 역사까지 왜곡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패전50주년을 앞두고 전후 처리를 깔끔히 하기 위해서라도 자료공개를 회피해서는 안된다. 이것이 한일관계를 보다 돈독히 하는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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