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진보고는 줄고 독촉해야 보고서 한두장 이영덕총리체제하의 총리실이 이회창전총리때와 달라진 점은 침묵에 가까운 「목소리낮추기」이다. 총리의 각종 행사참석은 무척 활발하지만 업무지시등을 통해 총리실과 내각을 직접 독려하는 모습은 찾기 힘들다.
농안법파동만 해도 청와대 민자당 농수산부가 한바탕 법석을 떨었지만 총리실은 시종일관 침묵을 지켰다. 김태수농수산차관의 전격발언으로 당정간의 갈등이라는 추태를 보였음에도 어느 누구도 총리실이 중재역을 맡아야한다고 생각하지 않는것 같았다. 어쩌면 총리와 총리실의 침묵을 당연하게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총리의 역할이 이전총리때와 상당히 달라질 것이란 예상은 이미 총리전격경질이후 예견됐었다. 이총리 자신도 취임후 줄곧「화합」을 강조, 독자적 업무수행보다는 내각과 청와대간의 교량역할에 충실할 것임을 시사했다.
총리실간부들은 이같은 이총리의 스타일과 관련,『행정의 작전통제부는 청와대 하나로 족하다. 총리실은 야전군이라 할 수 있는 일선 부처가 소신있게 일하도록 도와주는 지원사령부 역할이 적절하다』는 논리를 편다. 이전총리땐 내각을 적극적으로 조율할 통제자로서의 총리역할을 강조하던 이들이 이젠 소극적인 총리론을 정당화하기 위해 애쓰고있다.
일부에선 80명정도가 고작인 총리실의 인력으로 정부업무 전체를 조정하겠다는 것 자체를 「과욕」으로 본다. 이들은 『총리가 독자적인 지시를 내리는 것도 따지고 보면 청와대지시, 장관지시에 중복되는 것』이라며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말을 거울삼아 총리실은 있는듯 없는듯 일할 것』이라고 말한다.
총리실의 목소리낮추기는 이총리에 대한 부처현황보고도 채 끝나지 않은 시점을 감안하더라도 짚고넘어가야 할 점은 있다. 단적인 예로 지난 4일 「정부 산하기관 간부들의 자가운전제확대실시」를 지시한 이총리의 지시1호를 들 수있다. 당시 총리실은 각 부처에 공문을 보내며 14일까지 구체적인 계획서를 제출토록 했으나 지난 17일 까지 한 곳도 계획서를 내지않았다.
이전총리시절 일선부처 실무자들이 자진해서 현안을 보고했지만 요즘은 총리실에서 몇차례 독촉해야 겨우 한두장짜리 보고서가 오는 형편이다. 『일선 부처는 쓸데없이 간섭하지 말라고하고 민자당과 청와대에선 오히려 이런저런 주문이 늘어나고, 난감할 때가 많다』는 총리실 간부의 일치된 하소연이 푸념으로만 들리진 않는다.【이동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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