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해동안 줄다리기를 거듭해온 북핵문제가 금주안으로 대화냐, 제재냐의 명암을 가를것 같다. 이같은 상황인식은 북핵협상의 실질 당사자인 미국이 지난주말 북한이 핵연료봉을 교체하기 시작했다는 통보를 해온 직후 더욱 확연히 굳어지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팀의 이번주 북한에서의 활동상황에 따라 이제는 미국으로서도 북핵현안의 해법에 대한 가부간의 입장을 명확히 할 수밖에 없는 막바지에 도달했다는 얘기이다.
미행정부 관리들은 주초인 16일(현지시간) 『지난주말 북측의 통보이후 북핵문제가 비관적인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국무부의 마이클 매커리대변인은 이날 『우리가 (북핵대응과 관련) 전환점에 이르렀는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수일안으로 이에 대한 해답을 얻게 될는지 모른다』라고 밝혔다. 북한과 3단계 고위급회담을 비롯한 대화를 지속하느냐, 아니면 핵협상 실패란 결론을 내리고 유엔을 통한 제재의 길로 들어서느냐의 최종선택이 임박했다는 암시이다. 정치권의 목소리도 단호해져 백악관이나 국무부가 결국 의회쪽 눈치를 안볼수 없는 지경에 이른 느낌이다.
민주·공화 양당의 원내총무가 맞장구를 쳐가며 제재의 불가피성을 역설하는 모습을 두고 또다시 압력용이란 외교적 수사를 들먹이기는 곤란한것 같다. 의회 소식통들은 양당 총무의 최근 발언을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분석하면서 이는 백악관의 어정쩡한 태도에 대한 묵시적인 경고적 의미를 담고 있다고까지 해석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정치권의 기류가 아니더라도 미국정부의 대응수순이 북한에 대해 양자택일을 요구하는 무거운 분위기에 접어든 것만은 엄연한 사실이다. 실제로 지난주 12, 13일 잇달아 있었던 뉴욕에서의 북미실무접촉에서 미국은 북한에 「독자적인 연료봉교체는 결국 워싱턴이 유엔제재를 가동하는 결정적 동기를 제공하는것」이라는 경고를 분명히 했던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어쨌든 미국정부는 IAEA사찰팀의 최종결론이 나올때까지 민감하면서도 신중한 자세를 견지할것으로 보인다. 다만 미국으로서도 북한의 태도가 협상국면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한 책략의 일환일것이란 관측을 완전히 배제하고 있지는 않은것 같다. 북한 스스로 연료봉 교체작업을 이미 시작했다고는 하지만 이는 실제로 아주 미미한 준비작업에 불과할 수 있으며 그럴 경우 협상의 여지는 아직도 남아 있다고 보는것이다. 이른바 북한은 대미협상의 지렛대를 여전히 갖고 싶어 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핵시설개방」의 차일을 여닫는 시늉을 하고 있다는것이다. 지난주 뉴욕접촉에서도 북한은 5㎿원자로의 교체작업을 하지않겠다는 입장을 미측에 전달하며 반응을 살폈다는 전언이다. 이 자리에서 미측은 핵사찰작업의 핵심과제인 5㎿원자로의 시료채취허용을 강력히 요구했고 북측은 확고한 답변을 피하는 식으로 일말의 가능성을 열어놓는 태도를 취했던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사찰팀이 재처리시설의 감시장비 교체와 함께 이어 5㎿원자로에 대한 사찰에 착수, 8천개의 연료봉중 다만 몇개만이라도 샘플 채취를 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미국측이 단호한 자세를 내비치면서도 한편으로 두고보자는 자세를 버리지 않고 있는것도 이 때문이다.【워싱턴=정진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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