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원 단독삽입 사실과 달라”/“로비초점 국회전가의도” 불쾌/입법-행정 마찰… 서로 도덕성 상처만 정치권은 중매인 도매행위금지조항의 삽입과정을 직접 문제삼고 나선 김태수 농림수산부차관의 발언에 대해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문제의 본질을 흐리게 하고 검찰수사방향을 국회쪽으로 돌리려는 계산된 행동이 아니냐』며 김차관발언의 동기를 의심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농안법개정을 제안한 신재기의원(민자)은 『의도가 의심스럽다』며 불쾌감을 표시한 뒤 『필요할 경우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차관의 발언을 계기로 입법권과 행정권이 정면충돌하는 양상으로까지 비화되고 있는 농안법파동은 로비의혹에 대한 검찰수사와 맞물려 한층 복잡한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개정법을 통과시킨 국회의원은 물론 농림수산부 실무자들이 검찰수사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이미 도덕성에 상당한 상처를 입어 국회와 행정기관이 총체적 불신을 받게 됐다.
그러나 정치권은 당초 농안법파동이 주무부처인 농림수산부의 준비소홀과 의원입법에 대한 경시에서 비롯된 만큼 그에 따른 책임소재도 당연히 농림수산부에서 찾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와 함께 로비의혹과 관련해서도 여야는 각기 결백을 주장하며 화살을 국회에 떠넘기려는 정부의 태도를 성토하고 있다.
지난해 개정당시 농안법을 개혁입법이라고 치켜 세웠던 민자당은 김차관의 발언에 대해 『상식적으로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이세기 정책위의장 강삼재 기조실장 이상득 제2정조실장등은 『농림수산부가 해야할 일을 당이 해주었는데 이제와서 딴 소리냐』며 불만을 나타냈다. 민자당은 19일 당정회의를 소집해 김차관의 발언배경과 경위를 철저하게 따질 방침이다.
김차관으로부터 직격탄을 맞은 신의원은 17일 국회와 당을 오가며 자신의 결백을 거듭 설명했다. 신의원은 지난 13일 국회농림수산위 회의에서 김차관이 답변했던 내용을 상기시키며 『그날도 담당과장은 명확하게 얘기했는데 김차관은 뭔가 있는 것처럼 애매하게 얘기했다』 『이번 문제는 개인적인 일이기 전에 농수산위 전체에 관계된 문제』 『말문이 막힌다』라는등 분통을 터뜨렸다. 신의원은 특히 『소위가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는데 어떻게 단독삽입이 되느냐』 『13일 농림수산위에서 밝혀진 그대로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고 김차관의 주장을 반박한 뒤 『재확인절차를 밟아 책임이 있는 사람은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의원은 91년11월6일 당무회의석상에서 농안법개정안을 처음 발표할 당시의 회의록내용까지 공개했다. 회의록에는 『농안법개정방향은 중매인의 사매매 및 수집상행위를 제한하는등 유통질서문란행위를 제도적으로 방지하는 것』이라는 내용으로 신의원이 제안설명한 기록이 남아 있다.
야당의원들의 반응도 만만찮다. 야당진영은 로비의혹의 초점이 국회로 돌려지고 있는 분위기 자체에 대단한 불쾌감을 나타내고 있다. 농림수산위 야당측 간사인 김영진의원은 『중매인의 도매행위금지조항을 신의원이 다른 의원들 몰래 추후에 삽입한 것처럼 김차관이 주장한 것은 사실과 다르다』며 『김차관의 이러한 태도는 국회가 만든 법을 준비소홀로 시행하지 못한데 따른 책임을 회피하고 농림수산부에 쏠리고 있는 로비의혹을 국회에 떠넘기려는 음모』라고 비난했다.
사실 이번 파동과 같이 국회와 정부 부처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정면충돌하고 있는 양상은 전례를 찾기 힘들다. 정부와 여당이 정면충돌한 경우는 더욱 드물다. 제2, 제3의 농안법파동을 막기 위해서라도 검찰과 국회·농림수산부등 당사자들은 명백히 진상을 가려야 한다는 게 지배적이다. 【장현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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