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편경쟁… 하루14∼16시간 근무/대부분 피로회복제등 약물복용/보복우려 불평못해… 당국도 뒷짐 심야의 고속도로 안전운행에 빨간불이 켜졌다. 심야우등고속버스가 크게 늘어났으나 운전사 충원은 없어 과로에 시달리는 운전사가 태반이다.
교통부가 올해 들어 우등고속 심야노선을 지난해 18개에서 30개로 늘린데 이어 고속버스 회사들이 앞다퉈 임시 심야운행편을 늘려 운전사들의 수면부족과 과로가 심각한 문제로 떠올랐다.
K고속, T고속등 10여개 회사는 최근 일부구간의 심야 운행횟수를 25∼30% 늘려 운전사들이 크게 반발하고있다. T고속 운전사 3백여명은 ▲심야운행을 위한 충원인력 확보 ▲안내양탑승등 서비스개선 ▲심야수당개선등 열악한 근로조건 개선을 요구하며 회사측에 준법운행과 불법 화물탁송 중지를 요구했다.
일명 「탕뛰기」로 불리는 우등고속 임시차 편도증편으로 운전사들은 하루평균 14∼16시간 근무하고있다.
T고속 우등버스운전사 이모씨(47·서울 서대문구 홍제동)의 근무일지를 보자. 평소 이틀 근무에 하루 휴식이던 이씨는 지난달 19일 낮12시15분 서울을 떠나 5시15분 마산에 도착했다. 안전점검을 할 여유도 없이 하오7시30분 마산을 떠나 20일 0시30분께 서울에 도착했다. 퇴근시간은 새벽1시가 훨씬 넘었다. 이씨는 21일 하오8시 터미널로 출근해 버스 정비상태를 체크한뒤 하오 11시30분에 마산으로 출발했다. 22일 새벽4시50분에 도착해 2∼3시간 눈을 붙였다가 낮12시30분 마산을 떠나 서울에 도착한 시간이 하오5시50분. 밤늦게 퇴근한 이씨는 다음날 다시 마산행 버스에 올랐다. 이씨는 만성적인 수면부족으로 『거의 졸다시피 운전한다』고 말했다.
K고속의 경우 최근 탕뛰기등 심야운행을 거부하는 운전사들을 회유하다못해 불평하는 운전사에게는 더 먼 노선을 맡기겠다고 경고하기도 한다. 이 회사 운전사 오모씨(42·서울 강서구 화곡1동)는 『특정구간의 운행표가 무시되고 수시로 운행노선이 바뀌어 과로운전으로 인한 과속, 환각·환청 경험을 갖지 않은 사람이 드물 정도』라며 『무리한 운행요구에 반발하면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부당한 대우를 하기 때문에 불평도 못한다』고 말했다.
지난해말 교통부가 전국 10개 고속버스회사 운전사 5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하루 운행시간이 9시간 이상이라고 응답한 사람이 66%였고 졸음을 쫓기위해 카페인성분이 함유된 약물을 복용한다는 사람도 46%나 됐다.
그러나 심야고속버스 증편을 권장한 교통부는 근본적인 안전조치를 외면하고있다. 교통부 한 관계자는 『안전운행을 위해 각업체에 자동 속도제한장치 부착을 권유하고 있다』고 말할 뿐이다.【장학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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