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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남자들과 가정(장명수칼럼:16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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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남자들과 가정(장명수칼럼:1676)

입력
1994.05.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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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8일자 칼럼 「노년 이혼」에 대한 한 독자의 편지를 받았는데, 그의 글은 많은 한국 남자들의 삶을 다시 바라보게 한다. 미국에서 26년 동안 살다가 돌아온 원자력 공학자라고 자신을 소개한 그는 이렇게 쓰고 있다. <…한국에서 50대 이후의 이혼이 증가하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며, 드디어 한국가정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26년만에 한국에 돌아와 보니 대부분의 남자들에게는 「가정」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매일 직장에서 늦게까지 일하고, 동료나 친구들과 밤 늦도록 술 마시고, 주말에는 골프나 등산등으로 하루종일 밖에서 보내는 남자들을 주변에서 흔히 보게 됩니다.

 남자들이 그런 생활을 하면서 가정을 지니는 것이야 말로 「한국의 기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미국에서 남편이 그런 생활을 한다면 참는 아내가 거의 없을 것입니다. 한국 남자들은 자신이 그런 생활을 하는 이유를 먹고 살기 위해서, 회사를 위해서, 나라를 위해서 등등으로 설명하지만, 인간은 회사를 위해서 태어나는 것이 아닙니다. 한국 여자들의 자각이 높아질수록 노년이혼은 더 늘어날 것입니다. 남자들이 가정에 대한 가치관을 빨리 바꾸지 않으면, 정년으로 직장을 잃고 다시 이혼으로 아내와 가정을 잃는 불행이 계속 증가할 것입니다…>

 그는 한국 남자들에게 다음 몇가지 조언을 하고 있다. 첫째 퇴근시간을 지키고 되도록 일찍 귀가할 것, 둘째 집에 오면 가족들과 대화하는 습관을 갖고 아이들의 숙제를 도와주거나 교양과 취미를 넓히는 시간을 함께 할 것, 셋째 주말에는 가족들과 영화 전시회 운동등을 함께 즐길 것, 넷째 자기 혼자 다니지말고 부부동반의 모임을 늘려갈 것, 다섯째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가족이라는 점을 새롭게 인식하고 아내와 아이들을 대할 것등이다.

 대부분의 남자들은 정년퇴직으로 직장을 잃는 것에 대해서 깊은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 거기다가 한술 더떠서 요지부동이라고 믿어왔던 가정마저 깨진다면 그의 노년은 비참할 것이다. 중년 이후의 이혼이 늘어난다는 통계를 보며 많은 남자들이 위기의식을 느끼는 것은 무리가 아니다. 

 노년에 이혼을 결행하는 여자들도 행복한 상황은 아니다. 그들에게 이혼이란 행복을 찾아나서는 적극적인 출발이 아니고, 단지 마음 편하게 살기 위한 선택인 경우가 많다. 남편과의 관계가 너무나 삭막하여 둘이 함께 있는 것이 혼자있는 것 보다 더 외롭고 고통스러운 경우도 있을 것이다. 남자에게 가정을 돌볼 여유를 주지 않는 사회와 직장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도 옳은 말이지만, 내 가정을 소중히 지키려는 개인의 노력이 앞선다면 사회와 직장이 좀 더 쉽게 달라질 것이다.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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