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공존 협력체제 정착/분규 오히려 감소… 파업도 초단위/임금은 물가보다 생산성 바탕 운용 유럽의 노사관계는 이상할 정도로 안정돼 있다. 실업률은 갈수록 증가하고 임금인상률은 매년 물가상승률을 밑도는데도 노사분규는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오스트리아의 경우 지난해 물가는 3.6% 상승한 반면 임금은 2.8% 인상에 그쳤고 독일·프랑스도 인플레이션을 밑도는 1∼2% 임금인상에 머물렀다. 그러나 최근 5년사이 노사분규는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였고 파업도 일이나 월 단위가 아닌 초단위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실질임금이 떨어지는데도 왜 반발하지 않느냐』는 의문은 유럽국가들이 지닌 독특한 노사관련제도와 국가경제에 대한 국민의식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7백50만 인구로 구성된 오스트리아는 사회적 동반자제도(노사합의제도·SOZIAL PARTNERSCHAFT)를 통해 모든 노사문제를 해결한다. 전체 취업자를 가입대상으로 하는 노동회의소와 농업회의소·노총·상공회의소등 4자대표로 구성된 노사합의체는 근로시간·임금·실업자구제문제등을 자율 결정한다. 4개단체는 모두 정당과 연계돼 있어 합의사항을 정책에 반영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다. 이들의 합의원칙은 「최소한으로 잃어가며 최대한으로 얻기」다. 경영자대표는 임금안정 대신 근로시간감축등 실질적 대안을 제시하고 노총측도 경기활성화를 위해 장기적 안목에서 임금조정을 요구한다. 또 물가 및 임금과 관련된 국가적 현안이 생길 경우 4단체 대표와 수상이 함께 참가하는 「물가와 임금문제를 위한 동등위원회」에서 대처방안을 모색한다.
상공회의소 크리스토프 카인즈박사는 『반목과 갈등이 심했던 노사관계가 2차세계대전 이후 경제난국 돌파를 위한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상호공존을 전제로 한 협력체제로 전환됐다』고 말했다.
독일은 노조와 회사측 대표가 함께 참여하는 경영협의회를 통해 노사현안을 공동 해결한다. 협의회의 결정사항은 재판을 통해서만 번복될 수 있으며 국가는 절대로 간섭할 수 없다. 단체교섭시 우선 고려대상은 경제적 상황으로 1∼7년 이후의 장래를 내다보고 임금교섭을 진행하는게 특징이다. 특히 단체협약에는 산업평화조항이 있어 노사는 협약이 만료될 때까지 산업평화를 유지해야 한다. 최근에는 노조들이 전면파업등 강경노선을 자제하고 고용보장을 조건으로 소폭임금인상·제수당동결 및 근무시간의 탄력적 운용등 사용자측의 요구를 대폭 수용하고 있다. 독일금속경영자협회의 피터 노틀만 전무는 『최근들어 독일경제가 82년이래 최초로 마이너스성장을 기록하고 대량실업사태(94년1월말 현재 4백3만명)가 야기되면서 임금인상 보다는 고용보장·기술투자등이 협상의 중요 의제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영국에서는 근로시간의 단축, 임시근로자의 증가, 대량실업등 최근의 노동환경 변화가 임금안정 뿐만 아니라 노조의 영향력을 약화시키는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연간 파업손실일수만 봐도 과거의 평균 2천4백만일에서 92년 56만8천일, 93년 53만8천일로 줄어들었고 노사관계의 현안도 집단적 사항에서 개별근로관계에 모아지고 있다. 79년 이후 정부의 영향력이 계속적으로 증대되면서 임금정책은 물가 보다는 생산성을 바탕으로 운용되고 있다. 임금안정대신 경영권의 분권화에 따른 결정권의 하부이양과 성과배분제, 종업원주식소유제 확산등이 이루어지고 근로자의 숙련도에 따라 임금을 차등지급하는 방안도 도입되고 있다.【빈=남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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