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문열어… 결혼식·동창회등 예약쇄도 한국정치의 막후무대였던 서울 남산의 「외교구락부」가 오는 20일 내부를 단장해 새로 문을 연다.
정계는 물론 학계 문화계 등 각계 유명인사들의 사랑방으로 이름 높던 이 명소는 한때 시류에 밀려 한식집으로 전락했으나 옛 명성을 아끼는 사람들이 많아 다시 외교구락부란 이름의 양식전문집으로 복귀하는 것이다.
현재 주변 조경공사 마무리가 한창인데 벌써부터 결혼식 약혼식 동창회 등의 예약이 쇄도하고 있다.
40여년에 걸친 외교구락부의 지난날은 바로 우리나라 현대사의 축소판이라 할 만하다. 신익희 윤치영씨 등 4명이 공동출자해 49년 문을 열자 조병옥 장택상씨는 아예 지정석을 두고 출입할 정도였으며 정부의 외국손님들에게는 「영빈관」 역할을 했다.
4·19뒤엔 허정내각수반 윤보선전대통령 등이 단골손님이었고 5·16후에는 박정희전대통령 김종필 박종규 김재규씨 등 당대의 실력자들이 드나들었다. 75년에는 김영삼 김대중 윤보선 함석헌씨 등이 모여 유신반대성명을 내면서 민주세력의 「본거지」가 됐다.
80년 「서울의 봄」때는 3김씨가 회동을 갖고 84년엔 민추협(민주화추진협의회)이 결성되는 등 이곳은 격동기의 생생한 정치현장이었다.
민추협은 지난 9일 이곳에서 창립 10주년 기념행사 준비모임을 가졌다.
김영삼대통령과의 인연도 오래고 깊다. 51년 장택상씨 비서관 시절부터 출입하기 시작한 김대통령은 83년 여기서 단식투쟁을 선언했고 87년엔 김대중씨와의 후보단일화논의를 위해 자주 회동했다.
외교구락부 방명록엔 정치인 뿐 아니라 재계 종교계 등 각계의 내로라하던 인사들의 사인이 아직도 선명하다.【김동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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