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싶다”하고 거부땐 체면손상/학술목적 방문 법률적 문제없어/수락불구 비자발급 안되면 무산/“북-미관계 극적 진전없으면 성사 희박” 프랭클린 루스벨트, 니키타 흐루시초프, 윈스턴 처칠, 장개석, 인디라 간디, 샤를 드골, 존 F 케네디, 보리스 옐친, 샐먼 루시디, 마거릿 대처, 부트로스 갈리, 마이클 클라이턴(「쥬라기공원」의 저자), 지미 카터, 로널드 레이건, 노태우, 김대중.
이들은 모두 역대 미내셔널 프레스 클럽(NPC) 오찬 연설자들이다.
그런데 과연 김일성북한주석이 이 반열에 끼일 수 있을까.
길버트 클라인 NPC회장이 16일 김주석을 NPC오찬 연설자로 정식 초청할 뜻을 밝히면서 이같은 의문에 대한 궁금증이 더해가고있다.
김주석의 방미 가능성에는 3가지의 시나리오를 상정해볼 수 있다.
첫째, 그가 초청장 수락을 거부하는 경우. 이렇게 되면 『미국을 방문해 낚시도 즐기며 친구를 사귀고 싶다』던 그의 말은 한 노인의 실없는 말장난으로 치부되고 만다.
둘째, 김주석이 초청을 수락하되 미국정부가 비자발급을 거부하는 경우이다.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가장 높은 시나리오. 미국은 과거 NPC가 수차례에 걸쳐 초청장을 발급했던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의장에 대해 줄곧 비자발급을 거부해오다 중동평화회담이 무르익어가던 지난해에야 비자를 발급한 예가 있다.
셋째, 미국정부가 실제로 비자를 발급하는 경우.
이는 미북관계가 극적으로 진전되는 상황하에서나 가능한 시나리오이다. 미행정부의 한 관리는 『내가 김일성이라면 NPC에서 연설만을 하고 갈 목적으로 미국방문 신청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현재로서는 그가 미국을 방문할 수 있는 여건이 성숙돼있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미국무부 관리들에 의하면 김주석의 미국방문에는 별다른 법률적 문제는 없다. 현행법하에서도 학술·종교·문화행사등에 참석차 미국을 방문하는 이른바 「비정부적인 방문」으로 분류되는 비자는 북한주민에게도 얼마든지 발급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미국은 실제로 강석주 김용순등 북한지도자들에게 비자를 발급해 주었음은 물론 그들과 고위급 회담을 갖기도 했다.
미국은 또 지난 2월초 영국정부가 테러단체로 규정하고 있는 북아일랜드공화군(IRA)의 정치단체인 신페인당 당수 게리 애덤스에게 비자를 내줘 영미간에 외교마찰을 빚은 적도 있다.
한편 클라인NPC회장은 『솔직히 김주석이 가까운 장래에 방미초청을 수락할지는 의문』이라며 『그의 반응을 지켜보자』고 말했다.
미디어 제너럴 뉴스서비스의 워싱턴특파원으로 지난 1월부터 NPC회장직을 맡고 있는 클라인씨는 공교롭게도 로버트 갈루치 미북핵전담대사의 오랜 지기이다. 그는 『갈루치대사도 김주석의 방미가 「당분간은 성사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하더라』고 전했다.
전현직 언론인의 친목단체로 4천여명의 회원을 거느리고 있는 NPC는 한국과도 묘한 인연을 맺고 있다. 지난 50년 6·25의 빌미를 제공해준 딘 애치슨 당시 미국무장관이 연설한 곳이기 때문이다.
그해 1월 12일 NPC초청강연에 나온 애치슨은 「아시아의 위기―미정책의 검토」라는 제목으로 연설하면서 한국이 미국의 방위선에서 벗어나 있음을 공언함으로써 김일성에게 오판을 하게 만들었다.
그 오판의 주인공이 NPC를 찾게 된다면 그보다 큰 뉴스거리도 드물 것이다.【워싱턴=이상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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