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안법파동이 로비의혹을 낳아 결국 검찰을 끌어들이더니 급기야 정부·여당간에 한편의 「블랙 코미디」가 연출되고 있다. 중매인과 관련공무원의 유착과 정치권로비여부에 대한 검찰수사가 본격화된 16일 김태수농림수산부차관이 문제조항의 국회심의과정을 마치 「폭로하듯」공개한게 그 발단이다. 김차관의 주장은 한마디로 『국회법안소위의 축조심의때까지도 개정안에 전혀 포함되지 않았던 중매인의 도매행위금지조항을 신재기의원이 임의로 삽입했다』는 요지였다. 김차관의 발언이 전해지자 민자당은 우선 기자간담회를 택한 발언방식의 「공격성」에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고 행간의 뜻을 읽어낸 후에는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요컨대 『당초 법안에 문제조항이 없는데 농림수산부가 누구와 유착하고 무엇을 로비한다는 것이냐. 굳이 로비가 있었다면 조항을 독자삽입한 신의원이나 이를 용인한 국회에 해당된 사항』이라는 「가시」를 본 것이다.
「관료사회」로부터의 뜻밖의 일격이 신의원이나 민자당을 한동안 당혹케 했음은 물론이다. 관료조직의 공신력을 앞세운 김차관의 발언이후 농안법대책을 방기한 농림수산부의 직무유기부분은 뒤로 물러나고 국회가 비현실적 법을 졸속처리했다는 대목만이 부각됐기 때문이다.
결국 이 소동은 17일 당과 신의원이 91년11월 당무회의에서 농안법개정안을 의결한 이후 「소비지중매인의 사매매 및 수집상행위의 제한」이 일관된 입장이었음을 밝히고 농림수산부도 자신의 입장이 와전됐다고 후퇴해 일단락됐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블랙 코미디처럼 전개된 이번 사안의 전말을 다각도로 반추해봐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당장 농산물유통구조의 개혁을 위해 밤낮으로 머리를 맞대야할 당정이 검찰수사에 놀라 책임전가만 일삼는 추태를 보인 것은 변명할 여지가 없다. 아울러 복지부동으로 표현되는 관료조직이 자신의 이해앞에서는 언제라도 집단반발도 불사할 수 있다는 공직사회분위기의 일단이 표출된것도 여권의 곤혹감을 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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