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문제가 남북한의 차원을 넘어 세계적인 관심사로 떠오른지 오래다. 이는 북핵이 한반도는 물론 세계평화와 안위에마저 연관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방미중인 김대중 아태평화재단이사장이 『북한이 2∼3개의 핵폭탄을 갖고 있어도 문제가 안된다』고 한 발언엔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남북한은 1992년 2월에 조인, 발효된 기본합의서를 통해 정치·군사·경제 및 인적 물적교류와 협력문제등을 평화적으로 해결 발전시키기로 하는 한편 일체의 핵을 갖지 않기로 했다. 즉 「한반도 비핵화공동선언」에 합의함으로써 핵무기를 실험, 제조, 생산, 접수, 보유, 저장, 사용하지 않고 오직 핵에너지를 평화적 목적에만 이용하며 특히 핵재처리시설과 우라늄농축시설을 보유하지 않기로 온민족과 전세계에 선언한바 있다.
그러나 북한은 작년 3월12일 NPT(핵확산금지조약) 탈퇴선언이후 당연히 받아야할 IAEA(국제원자력기구)의 핵사찰을 기피하면서 핵곡예를 통해 한 미 일등 주변국은 물론 국제사회를 제멋대로 우롱하고 있다.
김이사장이 워싱턴타임스 편집인·기자들과의 회견에서 『설사 북한이 2∼3개의 핵탄을 갖고 있다한들 2만개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는 미국에 비교하면 별거아니다』라고 한 발언에 우리는 아연하지 않을 수 없다. 이같은 발언을 보면서 김일성주석이 92년4월 같은 워싱턴타임스와의 회견에서 『강대국들이 수천∼수만개를 갖고 있는 핵무기를 우리가 1∼2개 만들어 무슨 필요가 있겠는가』고 한 말을 떠올리게 된다.
우리는 김이사장이 재작년 대선실패, 정계은퇴선언 후 남북통일과 아태민주주의 발전연구에 남다른 관심과 열정을 기울여 오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 정계를 떠났지만 국가의 원로로서 온민족의 최대 숙원인 통일관련문제에 방안과 견해를 제시함으로써 국가와 민족을 위해 봉사하려는 충정은 깊이 이해한다.
하지만 북핵상황이 오늘날 얼마나 미묘하고 심각한가. 김부자는 『핵을 만들지도 보유하지도 않고 있다』면서 핵을 무기삼아 대남 및 대국제적 협박과 공갈을 서슴지 않고 있지 않은가. 북한은 핵을 체제 생존의 책략으로, 또 대남위협과 대미·일협력의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는 것이다. 핵을 개발중인 것이 명백하게 드러난 이때 그들은 핵을 만들어 어디에 쓰게 될 것인가. 소련·중국을 공격할 것인가 아니면 미국과 일본을 공격할 것인가. 그들의 흉계는 오직 남한이 목표인 것이다.
따라서 정부나 국민 각계 모두가 북핵저지, 포기에 합심해야할 이때 「2∼3개의 핵탄무방 발언」은 북핵대책에 혼선을 초래할 수 있는 유감스럽고 잘못된 발언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핵발언도 그렇고 김주석의 방미초청과 카터전대통령의 대북특사발언 역시 보다 신중했어야만 했다.
북핵의 투명성을 요구하고 이어 남북의 관계개선을 갈망하는 국민들에게 의혹을 주고 혼란에 빠뜨리는 말은 삼가야 한다. 국민은 결코 북한이 단 하나의 소형핵무기라도 갖게되는 것을 원치않고 있음을 분명히 알아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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