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천10개 대상… 「피막」부식 가능성 커 북한 영변 원자로의 핵연료봉 교체사실여부가 왜 문제가 되며 연료봉교체는 어떻게 이루어지는 것인가.
원자로의 연료봉은 핵발전 연료인 우라늄이 들어있는 막대기로, 방사능 누출을 막기 위해 겉을 마그네슘이나 알루미늄 피막으로 싸고 있는데 속의 우라늄이 다 탔거나 겉의 피막이 터져 위험해지면 바꾼다.
이 때 꺼낸 연료봉 속에는 핵발전 과정 중에 생긴 「플루토늄 239」라는 물질이 들어 있는데 이를 따로 뽑아내면 핵무기 제조에 쓸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연료봉 교체를 감시한다.
꺼낸 핵연료봉 속에 남아 있는 사용후 핵물질의 양을 계측하면 플루토늄을 몰래 뽑아냈는지의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IAEA는 연료봉 교체 작업에 입회, 꺼낸 연료봉을 납으로 봉해 따로 보관하고 시료를 채취해 측정한다.
영변 원자로에는 마그네슘 합금인 마그녹스를 입힌 지름 3㎝, 길이 50㎝ 가량의 우라늄 막대기 8천10개가 10개씩 한다발로 묶여 8백1개 구멍에 꽂혀 있다.
북한은 연료봉 교체작업에 들어갔다고 밝히면서 IAEA에 「와서 작업과정을 보라. 플루토늄 추출 여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시료 채취는 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핵개발 의혹을 한층 고조시키고 있다.
북한은 단 한 차례 극히 소량인 단위의 플루토늄을 추출했다고 IAEA에 신고했으나 IAEA가 지난해 2월 시료 채취로 직접 확인한 결과 추출량과 횟수가 그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나타났었다.
북한은 안전상의 이유로 더 이상 연료봉 교체를 미룰 수 없어 작업을 시작했다고 밝히고 있는데 북한 원자력 발전에 관한 전문가인 원자력연구소 이창건 박사는 연료봉의 피막이 터졌을 가능성은 95% 이상이라는 견해를 제시했다.
이박사는 그 근거로 북한이 지난 92년 IAEA 제출 자료를 통해 8천10개 연료봉 가운데 이미 86개가 터졌다고 밝힌 사실을 들었는데 이는 북한 원전 기술이 매우 뒤떨어졌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영변 원자로는 탄산가스를 냉각제로 쓰고 있는데 여기에 불순물인 수분이나 산소가 섞이면 피막이 부식되기 쉽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피막이 터졌다는 것은 원자로 관리 능력이 그만큼 모자라거나 연료봉에 피막 입히는 기술이 뒤떨어졌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따라서 일부 핵전문가들은 북한이 핵연료봉을 이미 빼냈을 경우 그들이 주장하는대로 안전성이 문제가 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북한측이 어떤 이유로든 핵연료봉을 임의로 교체했을 경우 핵안전의 연속성은 보장될 수 없어 IAEA는 북한의 핵개발 의혹을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는 입장이다.
그러나 연료봉을 바꾸려면 일단 원자로 가동을 중지하고 내부 압력과 온도가 내려갈 때까지 1∼2 주일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영변 원자로의 연료봉 교체가 이제 준비에 들어간 것이라면 연료봉 확인작업의 시간은 남아 있다고 볼 수 있다.【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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