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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부터 벌이자”/야,현실론 수용/상무대증인 민자안수용 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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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부터 벌이자”/야,현실론 수용/상무대증인 민자안수용 배경

입력
1994.05.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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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조무산땐 야도책임” 위기감/추가증인채택등 복병은 여전 민주당이 16일 상무대비리 국정조사의 증인채택문제에 대한 강경입장에서 대폭 후퇴, 민자당안을 전격수용하고 나섬으로써 그동안 증인채택문제로 경색의 수렁에 빠져있던 정국이 돌파구를 찾게 됐다.

 민주당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증인문제를 양보하면서 대신 국정조사기간을 20일 연장할 것을 요구해 이를 둘러싸고 여야간 막판 줄다리기가 예상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민자당측은 민주당의 증인 양보를 반기면서도 조사기간연장에는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증인문제에 대한 대립으로 국정조사를 무산시키려 한다는 눈총을 받아온 정치권이 또다시 조사기간 문제로 시일을 허비할 경우 여론의 질책을 받아야만 하기 때문에 국정조사로 가는 길은 일단 큰 고비를 넘긴 셈이다.

 따라서 여야는 총무회담을 통해 조사기간문제를 매듭지은뒤 빠르면 이번주중 임시국회를 열어 법사위가 작성해올 조사계획서를 의결한 뒤 곧바로 국정조사에 들어갈 수 있을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갑작스럽게 방향선회를 한 것은 증인문제에대해 기존의 입장을 고수할 경우 국정조사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낀데다 이 경우 민주당도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또 민주당은 전현직 정치인을 증인으로 채택하는것은 어떤 경우에도 용납할 수 없다는 민자당측의 완강한 입장을 고려해 원칙보다는 현실론을 택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여기에는 민주당이 그동안 국정조사권을 정치공세차원에서 최대한 활용했기 때문에 이제는 약간 미흡하더라도 하루빨리 장을 벌이는게 유리하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정조사는 무리없이 시작될수 있게 됐지만 조사가 넘어야할 과제는 여전히 많다.

 민주당이 문서검증과 자금추적을 철저히 이행해야 한다고 벌써부터 주장하고 있지만 민자당은 금융실명제상의 비밀보호조항을 들어 해당금융기관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조심스런 태도를 보이고 있다. 

 민주당은 국정조사가 본궤도에 오르면 추가증인채택이 가능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지만 민자당은 추가증인채택은 확실한 물증이 나오지 않는 한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해의 율곡사업비리 평화의댐 12·12사태등에 대한 국정조사가 뚜렷한 성과 없이 마무리되었고 역대국정조사가 정치공방으로 점철돼 왔다는 점도 상무대 국정조사가 걸어가야 할 길이 험난함을 말해주고 있다.【이계성기자】

◎치밀한 득실분석… 분위기 반전/강경의원 “국정조사부터” 국면전환 총대/민주뒷애기

 『국정조사를 하느냐, 장외투쟁을 하느냐』

 16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의 의제였다. 회의전에는 『명분론이 우세해 강경투쟁을 선택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그러나 결론은 『쟁점인 증인문제에서 민자당안을 전격 수용한다』는 것이었다.

 이날 회의의 첫 발언자는 그동안 『더 이상 양보는 없다』고 강경자세를 고수해온 조세형최고위원이었다. 한 참석자는 『조최고위원이 마이크를 잡는 순간 상무대조사는 물 건너갔구나하는 생각이 들더라』고 말했다. 하지만 조최고위원은 『증인협상에서 우리가 양보하더라도 국정조사는 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조최고위원이 국면전환을 주장하고 나서자 분위기는 반전됐다. 며칠전부터 「증인양보―국정조사 우선착수」의 논리를 들고나온 권로갑·유준상최고위원, 허경만국회부의장이 엄호에 나섰다. 그간 원칙론에 가까웠던 이부영·노무현최고위원도 현실론으로 선회했다.

 외형적으로 보면 전격성마저 엿보이는 회의였다. 그러나 전후사정을 추적하면 당지도부가 당내 흐름을 바꾸기 위해 지겹기까지 한 조율을 했음이 드러난다.

 『양보를 하자』는 의견이 개진되기 시작한 때는 지난 주초. 당내에 『민자당이 조사 자체를 무산시키려 한다』는 의구심이 커지면서 권최고위원등이 『우선 조사에 착수하자』고 운을 뗐다. 그후 지난 금요일(13일) 확대간부회의에서는 조최고위원외에는 대부분 당직자들이 『득실을 따지자』며 입장을 바꿨다. 

 당지도부는 김태식총무가 『이한동민자당총무가 만나려고도 않는다』고 보고하자 일요일에 물밑검토에 들어갔다. 이대표는 이날 저녁 문희상비서실장 손세일 강창성 장재식의원등과 숙의끝에 『반드시 국정조사는 해야 한다』고 정리했다. 조최고위원도 16일 아침 다른 두명의 최고위원들과 협의, 국면전환의「총대」를 메기로 했다.【이영성기자】

◎겉은 환영… 야 저의에 촉각/민자당반응/“명예회복”―“여분열조장 말렸다” 갈려

 『나도 헷갈려』. 이날 상오 민주당측 결정내용을 전해듣고 민자당 이한동총무가 보인 반응이다. 민주당측의 돌연한 입장선회를 보는 민자당의 속마음이 함축돼 있다. 예기치 못한 상황이 눈앞에 전개된 데 대한 당황스러움과, 야당이 조사기간 연장이라는 새로운 볼을 떠넘긴데 대한 곤혹스러움, 앞으로 치러내야 할 국정조사에 대한 부담감―이런 복잡한 감정들이 민자당을 지배했다.

 민자당은 상오 김종필대표주재의 고위당직자 간담회때만 해도 민주당측의 협상결렬선언에 대비해 17일 김대표의 기자회견을 갖기로 결정할 정도로 전혀 감을 잡지 못했었다. 이총무는 상오 10시30분께 당사 자신의 방에서 보도진으로부터 소식을 전해듣고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이총무는 서둘러 김대표방에서 청와대측과 연락, 입장을 조율한뒤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민주당이 국정조사가 실종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많이 노력한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며 김태식민주총무의 노력을 칭찬했다. 그러나 『조사기간 연장과 전현직 대통령 및 현직정치인들의 추후 조사문제는 우리당 입장과 차이가 있다』며 여지를 남겨뒀다. 또 『어느 한 부분이 타결됐다고 모든 게 풀릴 거라고 성급하게 생각지 말라』고 「낙관론」을 경계했다.

 민주당결정배경에 대해 한 당직자는 『최근의 복잡한 민주당내부사정과 김대중아태재단이사장의 잇단 미국발언파문등이 민주당 입장변화의 주요요인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다른 당직자는 『여권이 양보할 가능성이 없는 상황에서 야당으로서는 일단 판을 벌여 놓고 공세를 펴는게 현실적인 방안 아니겠느냐』고 해석했다.

 야당의 집중표적이 됐던 전현직 정치인들은 국정조사의 소생이 확실해지자 놀라워하면서 다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결백을 주장하는 일부 정치인들은『야당이 정치공세로 나올 경우 떳떳이 증인 또는 참고인으로 국회에 나가 그동안 훼손당했던 명예를 회복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반면에 대부분의 인사들은『6공과 현여권핵심부 및 여당 내부의 갈등을 부추기기 위한 야당의 전술에 여당이 그대로 말려든 꼴』이라고 불만을 나타내면서 향후 국정조사의 추이 및 여당의「보호막」강도등에 노심초사하는 모습이다.【신효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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