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무자들 「건수」보면 공공연히 “봉투없냐”/수사범위 축소… 고위직 「봐주기」 의혹도 대전 엑스포 파견 공무원들의 수뢰사건은 새 정부의 개혁과 사정작업에도 불구하고 공무원 사회의 구조적 비리가 척결되지 않았음을 단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
검찰 수사결과 엑스포행사를 위해 파견된 40개 기관 2백3명의 공무원중 10개부처 39명이 비리혐의로 적발됐다. 이들의 직급은 4∼6급에 고루 나눠져 있고 대부분 엑스포 공사가 시작된 91년부터 지난해말까지 지속적으로 금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구속된 공무원중에는 업자에게 돈을 받고 조직위가 관리하는 계약체결용 방송시설 공사도면을 불법복사해 준 경우도 있었다.
검찰은 지난해 10월 엑스포행사 준비요원으로 파견된 공무원들이 각종 시설공사의 업자선정과 납품권등을 둘러싸고 공공연히 뇌물을 요구한다는 정보를 입수했으나 진행중인 엑스포 행사의 이미지 손상 등을 고려, 수사를 미뤘다가 지난 2월말 본격 내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때 검찰은 인쇄업체의 무자료 거래에 대한 수사과정에서 엑스포 파견 공무원에게 뇌물을 준 사실을 확인, 수사를 확대해 2백여명의 공무원 기업체 간부들을 조사한 끝에 39명의 비위공직자를 적발했다.
이들중 엑스포 전시본부장 이정재씨(58)가 공사 및 납품계약 체결등의 과정에서 7개 업체로부터 2천6백만원을 받은 것을 비롯, 구속기소된 11명의 평균수뢰액은 2천만원을 넘는다. 이들의 혐의를 보면 담당 업무와 관련해 이른바 「건수」만 있으면 서슴지 않고 돈을 챙긴 듯한 양상이어서 공직자들의 법의식이 마비됐다는 느낌을 준다.
검찰은 새 정부 출범후의 비리에 초점을 맞춰 엄단한다는 방침에 따라 새 정부출범전 비교적 적은 액수의 뇌물을 받은 공무원들은 과감히 불문에 부쳤다고 밝혔다. 또 금품수수액이 2백만∼6백만원인 16명은 소속부처에 비위사실을 통보하는 선에서 마무리했다.
검찰은 엑스포행사를 위해 파견된 공무원의 20%가 비리를 저지른 유례가 드문 이번 사건에 대해 『한시적인 조직에 파견돼 소속감이 없고 근무자세도 자연히 느슨해진 특수상황이 작용한 탓』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이번에 적발된 비리는 중·하위직 공무원들의 납품 및 공사관련 단순 비리일 뿐 엑스포의 조직·운영상의 비리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또 엑스포 시설 및 설비의 부실공사 여부는 밝혀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같은 검찰의 설명은 검찰이 엑스포 조직위 고위간부들과 대기업들에 대해서는 처음부터 「봐주기」수사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남기고 있다.
검찰 관계자들은 『정부가 엑스포 행사 예산이 적어 각종 공사를 대기업에 떠맡기는 바람에 적자공사가 많았고, 따라서 뇌물을 주더라도 액수가 미미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검찰 스스로 『물난리등으로 가뜩이나 이미지가 손상된 엑스포 행사의 원만한 진행을 고려, 수사착수를 늦췄다』고 밝힌데서 알 수 있듯이 엑스포 행사의 의의자체를 훼손시키지 않는 선으로 수사범위를 축소한 것으로 짐작되고 있다.【정희경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