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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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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4.05.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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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로표식판은 거리의 문패다. 문패가 정확하지 않고서야 어찌 집을 제대로 찾을 수 있겠는가. 도로표지판은 도시의 문화척도란 말도 있고 공로시설물은 질서의 기준이라고도 한다. 기준과 척도가 올바르지 않으면 정연한 질서를 기대할 수 없음은 당연하다.◆운전자는 도로표지판과 대화를 하면서 차를 몰게 마련이다. 그래서 도로표지판은 알아듣기 쉽게 분명한 어조로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선진외국의 도시를 가보면 도로표지판 하나 하나가 더할 수 없이 정확하고 모형과 규격과 색깔까지도 도시환경과 조화를 이뤄 도시미를 더하고 있다. 서울거리의 문패는 어떠한가. 지난달말 현재 서울시가 조사한 도로표지판 실태를 보면 놀랍기만 하다.◆도로표지판들이 도로의 여건변화를 고려하지 않은 채 즉흥적으로 설치돼 표지판의 40% 가까이가 길안내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새로 설치한지 2년도 안되는 새 표지판들이 그렇다니 묵은 표지판들은 어떻겠는가. 도로표지규칙이 개정된 것은 92년. 서울시는 새 규칙에 맞춰 시내 5천80개 도로표지판중 3천4백18개를 51억원을 들여 새로 달았다.◆이 새것들중 40% 정도가 위치와 내용잘못등으로 제구실을 못한다는 것이다. 특히 서울의 관문인 김포공항―시청간에는 새로 단 표지판 90개중 61%가 넘는 55개가 「말을 제대로 못하는 표지판」이라고 한다.◆서울시는 잘못된 표지판들을 교체키로 하고 작업추진을 서둘고 있다는 것인데 이에 소요되는 예산만도 15억∼20억원이 된다. 비용이야 어쩔 수 없다 손 치더라도 이번 교체작업에서는 앉아서 하는 탁상행정이 되풀이되어서는 안된다. 행정하는 사람들이 공로시설물의 사용자 입장에 서서 일하는 자세를 갖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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