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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완다 인종학살/아주판 「킬링필드」/한달새 50만숨져… 난민2백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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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완다 인종학살/아주판 「킬링필드」/한달새 50만숨져… 난민2백만

입력
1994.05.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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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 투치족은 사라질판/국제사회 외면 “죽음의 땅” 아프리카 르완다의 대량 인종학살극이 끝없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한달간 20만∼50만명이 학살된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인구 7백만의 이 나라에서는 이제 더 죽일 사람이 없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영국 구호기관인 옥스팜은 『크메르 루주가 캄보디아 킬링필드에서 1백만명을 죽인 이래 최악의 도살극이 벌어지고 있다』고 호소한다.

  현지의 한 선교사는 『지옥에는 이제 악마가 하나도 없다. 모두 르완다에 가 있다』고 말한다. 한 벨기에인 농장주는 『우리 바나나농장에는 바나나보다 시체가 더 많다』고 전한다.

  전인구의 10% 정도를 차지하는 소수 투치족은 멸족위기를 맞고 있을 정도다. 유엔 고등난민판무관실의 에티엔 크루크씨는 탄자니아 접경지역의 카게라 강에 떠내려가는 시체만도 시간당 30구는 넘는다고 전한다.

 국경지역에는 킬링필드를 탈출하려는 난민들의 행렬이 끝이 없다. 탄자니아등 인근 국가로 이미 30만명 이상이 빠져나갔다. 국제적십자사는 르완다 난민을 2백만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외국으로 탈출하지 못한 난민들은 외국인들이 있는 교회나 학교, 병원, 운동장등에 도피처를 마련하고 있다.

 국경에서 15 떨어진 탄자니아의 베나코 난민촌은 지구상에서 가장 큰 난민촌이 됐다. 가로 세로 4∼5 넓이에 25만명이 바글거린다. 후투족 난민 니콤바라는 모래바닥에 벌거벗은 사람들을 그린다. 그림에는 머리가 없다. 그는 『우리는 그들이 우리 부모형제를 죽인것처럼 그들을 죽일것이다. 카커라크들은 모두 죽여야 한다』고 말한다. 카커라크란 후투족과 투치족이 서로를 멸시할 때 부르는 호칭이다. 이곳 난민의 대부분은 후투족이다. 그러나 막상 학살극을 더 많이 저지른 측은 후투족이다. 수도 키갈리의 국영방송은 최근 투치족을 끝까지 쫓아가 죽이라고 촉구했다.

 이번 르완다 내전은 지난달 6일 집권 다수부족인 후투족 주베날 하비아리마나르 대통령이 인접국인 부룬디 대통령과 함께 탄 비행기가 격추되면서 시작됐다. 수도 키갈리를 중심으로 후투족 정부군과 투치족 반군 르완다애국전선 사이에 치열한 전투가 계속됐다. 전투가 격렬해지면서 두 부족간의 뿌리깊은 반목은 무조건적 증오로 증폭됐다.

 두 부족의 반목은 벨기에가 독일로부터 르완다 식민통치권을 넘겨받은 19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벨기에가 식민통치를 원활히 하려고 소수 투치족을 선택해 다수 후투족을 대리통치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62년 독립한 뒤부터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투치족과 이에 맞서는 후투족의 충돌은 끊이지 않았다. 73년 후투족이 무장봉기로 정권을 잡은 뒤에도 내전은 계속됐다. 이번 내전 이전까지 이미 10만명 이상이 숨졌다. 「코끼리 싸움에 짓밟히는 건 풀」이라는 아프리카 속담처럼 식민통치시절 제국주의 세력의 부족분리정책과 부족 엘리트들의 정권다툼으로 양민들만 풀처럼 희생된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제사회는 르완다 문제를 외면하고 있다. 부트로스 갈리 유엔사무총장은 르완다 사태를 『인간성의 파멸』이라며 서방과 아프리카 국가들에 군사개입을 호소하고 있다. 병력 8천명 정도를 투입해 양대 세력에 휴전을 강요함으로써 일단 학살극을 정지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소말리아와 보스니아 내전에서 덴 이후 아무도 화약고에 뛰어들려 하지 않고 있다. 석유도 없고 군사 요충지도 아니기 때문이다. 국제사회는 그저 난민촌에 식량과 구호품을 보내주는 정도로 만족하고 있다.【이광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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