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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동안의 고독·마르케스저/김욱동(다시보고싶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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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동안의 고독·마르케스저/김욱동(다시보고싶은 책)

입력
1994.05.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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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년 노벨상 수상한 “현대의 고전”/“역사란 정복자들의 조작물” 주장 역사는 흔히 정복자들에 의하여 기술된다고 한다. 정복자들은 자신들에게 유리하도록 역사를 기술한다는 말이다. 이런 과정에서 피정복자들의 입장은 당연히 왜곡되고 은폐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미국역사만 보더라도 잘 알수 있다. 미국 역사는 1492년 콜럼버스가 미국을 발견한 것으로 시작된다. 그러나 인디언 원주민들의 입장에서 보면 그것은 발견이 아니라 침략이나 크게 다름없다.

 역사 기술의 문제를 생각할 때마다 늘 떠오르는 작품이 있다. 콜롬비아의 작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1928∼)의 「백년 동안의 고독」(1967)이 바로 그것이다. 1982년도 노벨문학상 수상 작품이기도 한 이 소설은 현대의 고전으로 널리 인정받고 있다. 마르케스는 이 소설 한 편으로 세계문학의 반열에 올랐다.

 「백년 동안의 고독」은 역사 기술의 문제점을 극적으로 형상화한다. 미국 바나나회사에 맞서 파업을 벌이는 과정에서 계엄령이 선포되고 무려 3천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정부군에 의하여 학살된다. 정부 관리들은 역 광장에서 기관총으로 무참하게 살해된 노동자들의 시체를 한밤중에 화물차에 실어다가 멀리 바닷물 속에 수장해 버린다.

 그러나 정부와 다국적 기업의 계략으로 이 엄청난 사건은 그 진상이 철저하게 은폐되고 호도된다. 파업을 직접 주도했던 호세 아우렐리아노 세군도가 사건이 벌어진 지 얼마 후 마콘도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 사실을 말하자 그는 오히려 미친 사람 취급을 받는다.

 역사가들은 이 사건을 아예 교과서에서 다루고 있지 않거나 설령 다루고 있다고 하더라도 사실과는 전혀 다르게 기술하고 있다. 그렇다면 역사를 기술한다는 것은 진실과는 거리가 먼, 한낱 권력을 장악한 지배계급이 조작한 이야기에 지나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프랑스의 역사가 미셸 푸코를 비롯하여 미국의 두 역사가 헤이든 화이트와 도미닉 라카프라, 영국의 역사가 조너선 클락 등이 주창하는 포스트모던 역사 이론이다. 그들은 한결같이 역사 기술이란 소설과 같은 허구적 산물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서강대교수·영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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