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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업무조사/강행방침 “어정쩡 후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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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업무조사/강행방침 “어정쩡 후퇴”

입력
1994.05.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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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노동계 강력반발에 연기시사/임금협상 앞둔 「겁주기용」해석도 정부의 노동조합 업무조사가 「강행론」과 「연기론」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있다. 남재희노동부장관은 13일 기자간담회에서 노조업무조사 연기방침을 시사했다. 재계와 경제부처가 노조업무조사에 대단히 큰 우려를 표하고 있고, 노동계의 충격이 상상을 넘어설 정도로 극심하다는것이 남장관이 내세운 연기론의 이유였다.

 남장관은 노동계와 재계가 자신의 노조업무조사 강행방침에 「경기」를 일으키고 있다고 되풀이 비유했다. 그는 또 『노조업무조사문제가 언론에 대서특필돼 이미 소기의 목적을 거두었다』고 설명했다. 굳이 업무조사를 하지 않더라도 충분한 효과를 거두었으니 서두를 까닭이 없다는 것이었다.

 남장관은 그렇다고해서 업무조사를 하지 않겠다고 잘라 말하지도 않았다. 「여건이 조성될 때를 지켜보겠다」는 식으로 말꼬리를 흐렸다.

 남장관은 최근 여기저기에서 업무조사 방침을 흘리고 다녔다. 그러다 지난 10일 정식으로 출입기자들에게 『5월중에 20개 노조를 선별, 업무조사권을 발동하겠다』고 밝혔다. 「노동계 개혁」 「일벌백계」등이 배경이자 효과였다. 노동계의 강한 반발이 예상되지만 개의치 않겠다는 각오도 피력했다. 각 언론은 당연히 이 발언을 크게 보도했다.

 그로부터 3일뒤 업무조사 연기를 시사하는 장관의 발언이 나왔다. 철회도 강행도 아닌 어정쩡한 입장 표명이긴 했지만, 가까운 시일내에 업무조사가 있지않을것이란 점은 분명했다.

 노동계에선 당초부터 남장관의 업무조사의지 천명을 「겁주기 용」으로 해석하는 견해가 우세했다. 본격적인 임금협상 철을 앞두고 노동조합측에 압박을 가하려는 의도가 짙다는 해석이었다.

 노동계의 다른 한편에서는 심지어 남장관의 거듭된 조사강행 발언을 언론 플레이로 보기도 했다. 언론인 출신인 남장관이 언론을 매개삼아 현란한 개인기를 구사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시각이야 어쨌건 업무조사문제는 노동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한국노총은 물론 재야 노동세력인 전국노동조합대표자회의(전노대)는 성명발표등을 통해 조사방침의 즉각적인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노총은 『단위노조의 임금협상이 시작되고 있는 시점에서 터져나온 업무조사방침은 앞으로 본격화될 노동조합의 임금협상활동을 제약하기 위한 탄압용이라는 오해를 자초하게 될것』이라고 항의했다.

 전노대는 『정부가 업무조사를 강행하면 전노대 소속 사업장의 전면적인 저항에 직면하게 될것』이라고 경고하면서 노동관계법 개정운동과 함께 업무조사 거부운동을 올 노동계 최대 역점사업으로 삼을 것임을 분명히했다.

 노동계의 반발 이유는 간단하다. 조사대상노조 선별배경은 차치하고,「자금유용·조직분규·회계부조리등으로 여러차례 문제점이 지적됐거나 노조운영을 둘러싸고 진정·고발·청원이 있었던 노조들이 업무조사를 받게된다」는 노동부 설명만으로 큰 흠집이 날 수밖에 없는것이다.

 노조업무조사는 빼서 휘두르지않고 칼집에 넣어둔채 을러대기만해도 대단한 힘을 지닌 보도이다. 노동계가 불안해하며 노동부의 태도를 주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홍희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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