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나라안 분위기를 보면 전반적으로 어수선하다고 느끼는 국민들이 많다. 어딘지 모르게 마음 한 구석이 빈 것 같고 불안감마저 든다는 사람도 있다. 신바람까지 났던 1년전 상황에 비하면 너무나 저조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그토록 넘치던 활기는 다 어디로 가고 이토록 밑바닥으로 가라앉을 수가 있느냐는 것이다. 사실 지금 나라를 끌고 가는 주체들의 발걸음을 보면 힘이 빠져 있는 것 같고 방향감각도 없는 것 같다. 침체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는 모습이다. 먼저 지도력을 발휘해야 할 청와대부터 너무 조용하다. 비서진에서 심기일전, 분발을 다짐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효과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김영삼대통령 특유의 정면돌파 구상이 준비되고 있다는 추측도 있으나 아직도 잠잠하다.
이영덕총리를 새로 맞은 내각 역시 청와대 눈치만 살피는지 잠잠하기는 마찬가지다. 슬럼프를 극복하겠다는 새로운 결의나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청와대와 내각이 이처럼 침체에 빠져 있으니 공직사회 전체가 복지불동이라는 비판을 면할 수 있겠는가.
여당인 민자당도 다를 게 없다. 자률과 신축성이 결여되다 보니 정국운영을 제대로 할 수가 없다. 독자적인 소신이나 책임의식, 정국을 풀어가겠다는 의지도 없이 경직일변도로 나가다 보니 여당의 역할이 과연 무엇인가 하는 소리도 듣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과거 권위주의 시대에는 청와대에서 듣기 싫어할 망정 직언으로 건의도 하곤 했는데 문민시대의 여당은 무얼하는지 알 수가 없을 정도다.
국회 역시 무력증을 앓고 누운지 오래다. 비리사건이 터지면 이를 규명하고 수습하기는 커녕 스스로가 깊숙이 관련되었다는 의혹부터 사는 신세가 되고말았다. 지금 한창 말썽을 빚고 있는 상무대사업관련 정치자금 문제도 그렇고 농안법시비도 마찬가지다. 스스로가 의혹의 대상이 되고만 국회가 어떻게 해결사노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야당은 어떤가. 민주당은 어느덧 강경투쟁만 앞세워 길바닥에 드러눕기만 하고 파행정치만 연출하는 것이 야당의 역할을 다하는 것이라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여기에 덧붙여 김대중씨도 요즘 심심찮게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치폐업을 선언하고 돌아섰던 김씨가 최근에는 국내외에서 여러 문제에 대해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이처럼 정치권이 중심을 잃고 표류하는 상태가 오래가다 보니 국민들이 어수선하고 불안해지지 않을 수 없다. 이러다가 북한의 핵문제는 어디로 흘러가는지, 국제경쟁력강화 정책은 어떻게 추진되고 있는지, 지표상으로는 호조라는 경제가 실제로 잘 돼가고 있는지, 이런저런 문제에 대해 국민들은 궁금해 하고 걱정이 앞서는 것이다. 조만간 계기를 잡아 돌파구를 마련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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