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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민병용 본사통일문제연구소 연구위원(남과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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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민병용 본사통일문제연구소 연구위원(남과북)

입력
1994.05.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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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강산은 서럽다. 분단 반세기에 인적은 드물고 산허리 곳곳은 체제수호의 「만년글발」로 붉게 멍들어 있다. 신선도 흠모했다는 절대명승 「보석산」이 민족에 잊혀진 지 오래이다. 새봄이면 수줍어 피는 진달래·노랭이꽃, 그리고 이름모를 산꽃들도 외로움을 달랠 길이 없다. 기암절벽을 이룬 1만2천봉의 사연과 형상이 멀어져만 간다. 4년전 어느 봄날, 꿈에도 그리던 금강산에 올랐다. 「휘파람」이라는 유행가를 열심히 부르던 안내원 마종화양(당시 23세)의 금강산예찬론이 지금도 귓가에 생생하다. 『금강산은 산악미·계곡미·색채미·수림미·풍요미·호수미·건축조각미·감흥미·해양미·전망미등 10대 아름다움이 잘 조화를 이룬 명산중의 명산이지요』

 굽이굽이 돌아 구룡폭포에 도착할 때까지 계곡 사이로 흘러내리는 그 맑고 차디찬 물을 한모금씩 마시면서 나라가 반동강이 난 아픔을 달랬다. 하산길, 그녀는 문득 『남쪽에서 금강산을 구경온다면 우리는 반대하지를 않을 것입니다. 우리조국의 인민만 보지를 말고 남녘동포도 구경을 해야지요』라고 말을 하는 것이 아닌가. 후에 책임자에게 그 가능성을 물어보니 『그럴 수도 있다』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올한해 약20여만의 한국인이 중국, 특히 일부는 연길을 지나 멀리 백두산관광길에 나선다는 것이다. 오는 가을 단풍시즌부터는 강원도에서 바로 금강산에 이르는 짧은 남북관광코스를 개발해 봄직도 하다. 교통부는 화해차원에서 이를 검토해보는 것이 어떨까하는 생각이다 (정부는 1982년2월1일 설악산―금강산자유관광 공동구역설정등 20개 시범실천사업을 제안했으나 북측이 거절).

 물론 북한사람은 관광사업이나 장사를 할줄 모른다. 묘향산에서 그림엽서를 사는데도 거스름돈이 없다고 물건을 못팔겠다고 했다. 오늘 하나를 더팔아도 그만 안팔아도 그만이 그들의 장사관념이다. 북한이 합영법을 만들고 외국투자를 유치하겠다고 나선 것도 어언 10년세월이 흘렀지만 성과가 없다. 미주교포로서 북한을 다녀온뒤 가장 불만스러운 것이 바로 경제를 외면한 채 정치선전에만 열을 올리는 그들의 체제이다. 아직도 「모기장 개방론」에 안주를 하고 있으니 안타깝다.

 멤피스주립대학 변종수교수(경제학)는 『앞으로 북한은 체제유지를 위한 수구성 개방만을 할 것이지, 체제개혁을 위한 경제적인 개방은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북한은 기로에 서있다. 「우리식 사회주의」만을 고수할지 아니면 파탄의 길을 갈것인지 선택의 순간이 다가온다. 아직도 70년전 항일빨치산 정신에 가득차 있으니 살기는 오늘을 살아도 사고방식은 옛사람들이다. 절대권력은 절대로 망한다는 말이 새로울 뿐이다. 북한최고당국자는 민족과 역사를 위해 「핵의 투명성」을 보이고 새경제정책을 세울 때이다. 그 시기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봄에는 금강산, 여름에는 봉래산, 가을에는 풍악산, 겨울에는 개골산으로 그 모습과 이름이 달라지듯 북한도 경제화·자유화·통일화·세계화의 새옷으로 갈아입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남과 북이 금강산의 주인노릇을 하며 세계인을 불러들일 그날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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