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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외환시장 주니어 딜러(세계의 젊은이들: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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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외환시장 주니어 딜러(세계의 젊은이들:11)

입력
1994.05.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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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3천만불 주무르는 “큰손”/머리속 뉴욕·런던 오가며 피말리는 매매전/은행원중 선발… 예리한 두뇌·두둑한 배짱 “필수” 일본금융산업의 1번지 도쿄의 니혼바시(일본교)에 위치한 도쿄은행의 외환 딜러룸. 로이터 금융정보, 교도통신, 환율차트화면과 도쿄은행이 독자개발한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인 TOMCAT등 5개 화면을 주시하며 호시노 아키라(성야소·28)는 바쁘게 움직인다. 그는 도쿄은행의 유능한 주니어 외환딜러다. 런던 뉴욕과 함께 세계 3대 외환시장의 하나인 도쿄외환시장의 하루 거래규모는 평균 1천2백억달러. 외환딜러는 이런 엄청난 규모의 돈을 서로 사고 팔면서 이익을 남기는 「큰 손」들이다.

 호시노는 각 화면을 통해 입수한 정보를 토대로 달러와 엔화를 팔아야 할지 사야 할지를 결정, 전화로 매매를 주문한다. TOMCAT이 수많은 거래상황을 상정, 대처방안을 제시하고 있으나 만능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조언자에 불과하고 거래결정은 그가 내리고 책임도 그가 진다.

 호시노의 머리 속에는 항상 일본의 무역흑자증가등 엔화의 강세요인과 일본정국의 불안등 엔화의 약세요인들로 가득차 있다. 그러나 이들 요인들은 누구나 알고 있는 기본적인 것이기 때문에 누구가 더 빨리 정확히 내다보고 과감히 주문을 내느냐의 싸움을 그는 매일 매일 치른다.

 싸움은 상오6시 기상하면서 시작된다. 런던지점의 친구에게 국제전화를 걸어 간밤의 그곳 외한시장동향을 알아보는 것이다. 출근은 7시반께 한다. 일반은행원 보다 한 시간쯤 이르다. 출근하면 곧바로 뉴욕쪽 사정도 알아보는등 본격적인 개장채비를 위해 소매를 걷어붙인다.

 하오7시께 퇴근해서도 안심하고 놀 수가 없다. 런던 뉴욕시장이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도쿄은행의 경우 런던 뉴욕시장에서의 매매는 현지지점에 맡기고 있으나 환율변동이 클 경우 도쿄에도 비상이 걸린다.

 호시노는 런던 뉴욕 친구에게 환율변동폭이 달러당 1엔 이상일 경우 바로 알려달라고 부탁해놓았다. 어떤 때는 새벽2시에 전화가 걸려와 집에서 바로 뉴욕시장의 외환브로커에게 거래주문전화를 낸 적도 있다. 이 경우 아내와 딸도 소란스러워 잠을 설치게 된다.

 하오3시반 도쿄시장이 폐장되면 당일 외환매매에 대한 손익계산을 한다. 호시노는 지금까지 하루 최고 3억엔의 이익을 남긴 기록을 갖고 있다. 가장 크게 손해본 경우는 1억엔. 그러나 대개 하루 5천만엔 안팎의 이익을 남기는 게 보통이고 잃을 경우 대개 1천만엔 정도다. 그는 확률적으로 하루에 대락 4천만엔 정도 버는 셈이다.

 호시노는 『이 정도 이익을 남기지 못하면 딜링룸을 떠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장세를 읽는 예리한 눈과 두둑한 배짱이 필요한데 그것이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는다. 수많은 시행착오와 경험의 탑을 쌓아야 한다.

 외환딜러는 순간의 판단 잘못으로 은행측에 엄청한 손실을 끼칠 수 있기 때문에 경력별로 거래한도를 뜻하는 포지션이 설정되어 있다. 주니어 딜러인 호시노의 하루거래는 3천만달러. 이 정도의 외화잔액을 남기는 범위 내에서 외환매매를 한다는 의미다. 이 한도를 넘어 매매를 하다 규정 이상의 손실이 나면 컴퓨터에 의해 자동으로 거래가 중단된다.

 도쿄은행 딜러룸의 고보리 가미오(소굴공남)차장은 『외환딜러는 순간적으로 판단을 내려야 하기 때문에 결단력, 적극적인 성격, 체력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외환딜러를 선발할 때 여기에다 얼마나 풍부한 상식과 균형감각을 갖고 있는지 살핀다고 한다.

 호시노의 경우 대학졸업후 도쿄은행에 입사한지 1년만인 지난 90년 외환딜러로 첫발을 내디뎠다. 처음 6개월간은 고된 훈련과정. 이 때는 고참딜러 밑에 배속돼 그들이 거래내역을 메모해서 넘겨주는 등의 보조업무를 통해 감을 잡게 된다. 철저한 현장실습 위주의 교육이다.

 이 과정을 거치면 어시스턴트딜러로 약 2년간 뛰게 되고 그후 주니어 딜러, 시니어 딜러, 칩 딜러(과장급 관리직 겸임)의 사다리를 올라간다. 주니어 딜러가 된 후에도 훈련은 게속된다. 점심시간이나 퇴근후 선배들과 연구모임을 갖는 것이다.

 선배들이 비법을 그대로 전수해주지는 않는다. 돈 잘버는 방법을 아무에게나 가르쳐 주지않는 것은 프로야구의 수위타자가 자신의 타격비법을 공개하지 않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호시노는 『선배들에게 얼마나 신뢰를 얻느냐에 달려있다』며 좋은 인간관계가 외환딜러에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호시노는 은행측에 엄청난 이익을 남겨주고 있지만 그의 월급은 다른 분야의 동료들과 다르지 않다. 외환딜러를 미국처럼 전문가로 뽑지 않고 일반행원중에서 자질있는 사람을 선발, 양성하는 보직중 하나로 보는 일본식 고용관행 때문이다.

 그러나 호시노는 딜링룸에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는 성취감과 월가의 MBA출신 못지않는 훌륭한 딜러로 자라겠다는 꿈을 가지고 뛰고 있다.<도쿄=안순권특파원>

◎환브로커 사이토 겐이치/「중개거래」 도쿄시장 40%담당/주고객 은행딜러완 “공생관계”

 외환브로커와 외환딜러는 공생관계이다. 외환딜러가 외환거래의 매매량과 가격을 결정, 주문하면 브로커는 그 주문을 바탕으로 거래를 성사시킨다. 도쿄외환시장의 외환거래는 60% 가량이 은행간 직접거래로, 나머지 40%는 외환중개회사를 통해 이루어진다.

 사이토 겐이치(제등현일·25)는 도쿄외환시장의 8개 외환거래중개 회사중 하나인 닛단 에이피의 브로커이다. 이 회사 6층의 달러 엔화 현물거래 중개테이블에는 18명의 브로커들이 앉아 2개의 전화를 들고 달러화의 매매호가를 부르고 있다. 사이토도 이들중 한 사람. 한쪽 전화는 달러를 파는 고객의 매도가격이고 다른 전화에는 사려는 고객의 매수가격이 나온다.

 사이토의 주고객은 3개 외국환 거래은행들이다. 그는 양쪽의 가격을 계속 불러 다른 17명의 브로커들이 부르는 가격들과 맞춰 사려는 측과 팔려는 측과 가격이 일치하면 거래를 성사시킨다. 18명이 일제히 부르는 소리가 뒤엉켜 일반인이 들어오면 무슨 소린지 알 수가 없다.

 사이토는 『1년정도 이 일을 하면 다른 사람이 부르는 가격도 모두 알아들을 수 있다』며 『고객의 주문가격을 잘못 알아들어 분쟁이 생길 것에 대비, 회사측은 모든 전화주문내용을 녹음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이런 분쟁에 잘 휩쓸리지 않는 유능한 브로커 가운데 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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