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지도부 초청 대화 시도 불발/해법 못찾고 “시간이 해결할것” 여권은 조계종 폭력사태 이후 돌아선 「불심」을 달래기 위해 부심하고 있지만 석탄일이 다가오는데도 별다른 효험이 보이지 않자 애를 태우고 있다. 특히 전통적으로 친여성향을 보여왔던 불교계가 여권의 갖가지 화해 손짓에도 불구, 강경자세를 고수하자 여권은 당황하는 모습이다.
○…청와대는 지난번 조계종 사태이후 불교계와의 사이에 조성된 불편한 관계를 풀 마땅한 계기나 방안이 없어 고심하고 있다. 석탄일을 즈음해 불화를 씻을 방도가 마련될것으로 생각하고 추진도 했으나 이마저 불발로 끝났다. 청와대는 대화분위기를 만들려 해도 불교계 내부에서 조율된 한 목소리가 아직 나오지 않고 있어 조금 더 냉각기를 갖고 기다릴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청와대는 13일 조계사에서 열린 월하종정 추대식에 김영삼대통령 명의의 축하화환을 보냈다. 이민섭문화체육부장관도 참석토록했다. 이것도 사전에 주최측과 얘기를해 「별일」이 없을것으로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불교계가 올해도 석탄일을 앞두고 예년처럼 국가를 위한 기원법회를 열 경우 김대통령의 참석여부를 놓고 참석시 「합장여부문제」등을 고려, 검토를 거듭하다가 참석결정을 내렸으나 불교계가 기원법회를 열지 않기로 해 화해기회를 놓쳤다. 또 문체부의 건의에 따라 조계종 신임 월하종정과 탄성총무원장을 비롯한 불교계지도자들을 16일 청와대로 초청, 석탄일과 종정추대를 축하하는 모임을 갖고 자연스럽게 화해분위기를 만들려고 했지만 조계종 일각에서 계속 공권력 투입에 대한 사과를 요구, 무산됐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13일 공권력 투입에 대한 김대통령 사과와 최형우내무장관 문책요구에 대해 『공권력 투입은 폭력사태와 불상사를 우려해 이뤄진것인데 공권력을 불러들인 한쪽 당사자들이 사과를 요구하는것은 말이 안된다』고 현재의 입장을 밝혔다. 이 관계자는『경찰투입은 대통령 방중때 이루어졌고 오히려 김대통령이 귀국후 폭력엄단 지시를 내린것이 개혁파가 대세를 잡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14일 서울 동대문운동장에서 열리는 봉축법회와 이어 조계사까지 행진하는 연등행렬때 아무런「불상사」가 없을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다중이 모이기 때문에 대통령 사과요구 피켓과 플래카드가 등장하고 일부에서 구호가 터지는등 상황이 이상하게 전개되면 문제가 더 복잡해 질 것으로 걱정하는 눈치이다.
○…민자당은 월하종정 추대식과 석탄일을 맞아 등돌린 「불심」을 다독거릴 계기를 잡으려 했으나 불교계가 여권의 화해제스처를 받아들이지 않자 못내 아쉬운 표정이다.
민자당은 12일 저녁 탄성신임총무원장 명의의 추대식초청전보가 김종필대표 앞으로 도착했을때만 해도 『관계개선 조짐이 보인다』고 큰 숨을 내쉬었다. 더구나 김대표가 이날 하오 김대통령과의 청와대주례회동에서 자신이 조계종사태에 대해 유감을 표시하는등의 방안을 보고, 대통령의 지침을 받은 터여서 수습의 가닥을 잡아간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아울러 이 방안은 당내에서 종단개혁회의에 선을 대고있던 곽정출의원이 내놓은것이어서 무엇보다 실현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졌다. 그러나 이날밤 곽의원과 만난 개혁회의측이 이 방안을 거부하며 「대통령의 사과」를 고수,상황은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또 김대표등 정치인에게 종정추대식 초청장을 보냈다는 것에 대해 신도들의 항의가 계속되자 13일 아침 종무회의에서 정치인자격의 초청을 전면취소하는 사태로까지 치달아 결국 권익현의원과 곽의원등이 신도자격으로 참석했을 뿐이다.
이같은 소동을 겪으면서 민자당은 냉각된 「정―불관계」의 복원까지 상당한 시일과 노력이 필요함을 절감하는 눈치이다. 뾰족한 해법을 찾지못한채 시간이 응어리를 풀어주기를 기대하는게 민자당의 솔직한 심정이다.【최규식·이유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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