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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쟁에 멍드는 「사법개혁」/국회제출 한달째 표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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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쟁에 멍드는 「사법개혁」/국회제출 한달째 표류

입력
1994.05.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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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조샅바싸움… 소위 겨우구성/“민생과 직결… 정치쟁점과 분리 처리를” 사법부개혁을 위해 대법원이 국회에 내놓은 「사법부개혁법안」이 국회의 늑장심사로 매듭이 지연되고 있다. 법조계는 물론 정치권 내부에서조차 사법부개혁법안이 상무대정치자금의혹 국정조사를 둘러싼 정쟁의 와중에서 표류하고 있는데 대해 우려와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국회법사위의 책상 위에 놓여 있는 사법부개혁법안은 사법권의 독립성 확보와 법원 내부의 민주화를 실현하기 위한 내용이 담긴 것으로 이미 국회를 통과한 정치개혁법안 못지않게 시급을 요하는 사안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사법부개혁법안을 담당할 상임위가 국정조사를 맡고 있는 법사위다. 법사위는 국정조사를 둘러싼 증인공방 때문에 사법부개혁안에 대해서는 미처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다. 사법부측은 회심의 역작인 개혁안이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는 것을 입법부의 직무유기라고까지 말하고 있다.

 대법원이 모두 6개 법안으로 된 개혁안을 입법의견서 형식으로 국회에 제출한 것은 지난 4월15일. 대법원장이 재산공개파동에 휘말려 임기중 사퇴하는등의 홍역을 치른 산물이었다. 개혁안은 법원조직법, 행정소송법, 각급판사정원법, 각급법원의 설치와 관할구역에 관한 법, 법관보수에 관한 법등 5개 법안을 개정하고 상고심절차에 관한 특례법을 제정하자는 것이었다.

 헌법상 대법원은 법률안제안권이 없으므로 사법부개혁법안을 처리하자면 정부입법의 절차를 밟든지 아니면 국회를 통한 의원입법의 형식을 거쳐야 한다. 대법원은 개혁입법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의원입법의 방식을 택하기로 했고 최종영 법원행정처장은 지난달 16일 이만섭 국회의장을 직접 방문, 사법부개혁법안의 내용과 의미를 설명하고 신속한 처리를 부탁했다.

 그러나 국회는 지난달 21일 사법부개혁법안을 소관상임위인 법사위에 상정만 해놓은채 손을 쓰지 못하고 있다. 법사위는 법안이 제출된지 한달이 다돼 가지만 그동안 법안기초소위조차 가동하지 않고 있다가 13일에서야 비로소 소위를 구성했다. 국회와 법원행정처가 법률내용과 형식등에 대해 기초적인 의견교환을 하는 독회작업이 겨우 시작된 것이다.

 아무리 상무대국정조사 증인문제가 발등에 떨어진 현안이라 해도 국정조사 못지않게 중요한 사법부개혁법안이 법안심사조차 되지 않고 있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게 지배적인 의견이다. 여기에다가 국정조사문제에 대한 매듭이 쉽게 풀릴 전망도 아니어서 사법부개혁법안의 빠른 매듭은 더욱 더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사법부가 사법부 백년대계를 내다보고 각계의견을 수렴해 만들었다는 개혁법안이 지니는 국가운영에서의 의미를 생각할 때 국회가 좀 더 적극성을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특히 사법부개혁법안의 내용이 정파의 이해나 정치적 문제와 전혀 관계가 없다는 점은 정치권의 게으름을 한층 더 부각시키고 있다. 사법부측은 국회가 개혁법안을 다른 정치쟁점과 분리해 우선적으로 처리해줘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행정소송 3심제 ▲시군법원설치 ▲상고실질심사제 ▲판사회의설치 ▲판사직급폐지등은 인권보호와 법률서비스면에서 민생과 직결된 중요한 내용들이다.

 사실 사법부는 이번 개혁법안에 각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76년이후 법원업무와 관련된 법률은 모두 행정부의 손을 거쳐 만들어졌다. 사법부는 이번에 처음으로 독자적인 개혁법안을 내놓은 셈이다.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사회 각계각층의 인사로 사법제도발전위원회를 구성, 지난 2월까지 전체회의와 분과회의를 각각 3회와 12회씩 열어 개혁법안을 성안했다. 또 보다 완벽한 의견수렴을 위해 법관 세미나와 법조인 여론조사를 실시했고 법무부·특허청등 관련기관과도 긴밀한 협의를 했다. 그러나 마지막 관문인 국회는 이같은 사법부의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늑장걸음만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장현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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