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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만의 집권꿈 수포위기/영 노동당 스미스당수 사망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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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만의 집권꿈 수포위기/영 노동당 스미스당수 사망파장

입력
1994.05.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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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지지 높아 차기총리 유력시/공백 메울 인물난 당분열 소지도 존 스미스 영국 노동당당수(55)의 갑작스런 죽음은 영국정계를 변화의 소용돌이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그의 퇴장이 이렇게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는 이유는 단순히 한 정치인의 퇴장이 아니라 야당인 노동당이 15년만에 재집권할 수 있는 호기를 놓쳤기 때문이다.

 현지언론들은 12일 심장마비로 타계한 스미스당수가 예리한 비판과 신중한 정책으로 노동당을 재집권의 문턱까지 이끌어 차기총리로 확실시되던 인물이었다고 평하며 그의 죽음을 아쉬워하고 있다.

 2년여동안 당수직을 맡아온 그는 79년 마거릿 대처전총리의 집권이래 계속된 보수당의 연속집권아성에 도전할 수 있는 노동당의 유일한 희망으로 간주돼 왔다. 보수당에 네번 연속 패배한뒤 92년 닐 키녹당수가 퇴진함으로써 91%의 압도적 지지로 차기당수로 선출될 때부터 관심을 모았다.

 그는 이후 사회주의 시각을 표방한 기존의 노동당원들과 달리 신중한 정책과 온건노선을 표방, 런던금융가에서도 신망을 얻었고 좌파정당인 노동당을 유권자들의 기호에 부응, 중도정당으로의 이미지구축에도 힘써왔다. 또 대여투쟁에서는 소탈한 이미지에 변호사출신다운 탁월한 논리와 협상력 및 풍부한 유머감각으로 노동당을 2년만에 가장 인기높은 정당으로 바꿔 놓았다.

 물론 이러한 노동당의 지지만회는 보수당의 잇단 정쟁과 실정의 반사이익이란 측면도 있다. 집권당은 지난해부터 사우디, 홍콩, 말레이시아등의 기업인들로부터 거액의 비밀정치자금을 받아 썼다는 사실이 드러나 곤욕을 치른데 이어 새해들어서 4명의 장관과 보수당 의원들이 관련된 섹스스캔들이 잇달아 터져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었다.

 또 94회계연도가 시작된 4월부터 연료, 전력등에 대한 대규모증세로 국민들의 불만은 증폭되고 있다.영국은 증세로 인해 소비·투자수요가 위축돼 경제성장률이 금년말까지 2.5%, 내년은 2.3%로 떨어져 독일과 프랑스보다 뒤질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까지 나오고 있어 집권당은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주 실시된 지방선거에서 노동당이 41%의 지지를 얻어 27%밖에 얻지 못한 집권보수당에 타격을 안겨준데다 다음달로 예정된 유럽의회 선거에서도 보수당에 또한차례의 패배가 예상되고있어 메이저정권의 임종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유력한 상태였다.

 더욱이 보수당내 섹스스캔들과 사퇴파동으로 여당내 반대세력이 곧 메이저총리에 대해 당권도전에 나설지 모른다는 추측이 무성하던 차였다. 97년봄 이전까지 그가 새 총선을 실시해야 할 의무는 없지만 인기하락에 따라 조기총선을 주장하는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최근의 한 여론조사에서도 여당지지도 26%, 노동당이 50%인 것으로 나타나 보수당의 장기집권에 대한 염증을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스미스당수의 죽음이 노동당에 남긴 심각한 문제는 쉽게 채울 수 없는 그의 공백이다.

 데이비드 힐 노동당대변인은 『당이 그의 급작스런 사망에 충격을 받았다』며『이 비극을 어떻게 헤치고 나가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스미스당수의 공백은 일단은 마거릿 베케트부당수가 채울 것이 유력하나 베케트의 위상이 그다지 높지 않고 그렇다고 마땅한 대안도 없어 당분간 치열한 당권타툼이 예상된다.베케트외에도 고든 브라운 노동당 경제문제대변인과 코니 블레어 법질서문제대변인에게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권투쟁의 가열은 당내신진인사들에겐 커다란 활력소가 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15년만의 집권을 노리는 노동당으로선 뜻하지않은 분열에 빠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제 한층 멀어진 노동당의 집권가능성은 당이 충격과 슬픔에서 벗어나 얼마나 빨리 한목소리를 낼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볼수 있다.【런던=원인성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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