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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구역개편과 민의/조성호 전국부장(데스크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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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구역개편과 민의/조성호 전국부장(데스크진단)

입력
1994.05.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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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군통합을 가름하는 주민의견조사가 일단락됐다.○예상초월 찬성률

 그간 정부의 통합추진절차에 따라 실시된 주민의견조사결과 전국의 통합권유대상 49개지역 가운데 34개지역이 통합찬성으로, 13개지역이 통합반대로 결론났다(강원 2개지역은 무산). 통합권유지역대비 72%의 찬성률을 보인 주민의견조사결과를 주무부서인 내무부는 당초 예상을 초월한 좋은 성과였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번 시·군통합작업은 한말인 1896년 23부를 13도제로 개편한 이후 약 1백년만에 실시하는 전국규모의 행정구역개편으로 기록된다. 정부는 이 역사적 행정개편을 추진하면서 주민의견조사를 시행한 민주적 통합작업임을 강조했다.

 그런데 정부가 성공작임을 자부한 그 「민주적 절차」가 곳곳에서 시비에 걸려 개운찮은 앙금을 남기고 있다. 문제제기는 통합이 무산된 곳에서도, 통합이 성사된 곳에서도 나온다.

 전북 이리시의회는 최근 임시회에서 「이리·익산지역 공무원과 통합반대추진위원회가 여론조사과정에서 날조된 유인물을 배포해 통합을 무산시켰다」고 주장하며 조사의 무효화와 재조사촉구안을 가결했다. 같은 시기 익산군에서는 금마면등 3개면 주민들이 이리시편입을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열고 전북도에 부분편입을 건의했다. 또 천안시와의 통합이 불발된 충남 천안군의 풍세면 시·군통합추진위원회도 최근 주민의견조사과정이 공정치 못했다고 주장, 조사재실시와 천안시로의 편입을 요구하는 청원서를 도에 제출했다.

○조사 공정성 시비

 통합찬성지역에서는 지난 11일 충북 중원군의회와 제천군의회가 각각 임시회를 열고 충주군·제천시와의 통합안을 부결시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앞서 경남 장승포시의 범시민통합반대추진위는 궐기대회를 갖고 세대별 투표에서 유권자의 55%가 무시됐으며 주민의견조사전에 반상회·민방위교육등에서 행정력을 동원해 찬성홍보일변도의 여론을 조장했다고 주장하며 거제군과의 통합을 부정하고 나섰다.

 물론 이들 일부 지역에서 제기된 주민의견조사과정상의 「불공정성」을 그대로 수긍할 수는 없겠지만 조사과정에서 그동안 나온 갖가지 잡음을 되짚어본다면 「민주적 절차」에 상당부분 무리한 일이 있었음을 행정당국은 부인키 어렵다.

 일부 지역의 경우 공무원·통반장등을 동원, 통합찬성을 유도하고 공청회의 근본취지와 달리 통반장·부녀회장·관변단체인물들을 공청회에 동원해 홍보장으로 활용했다는 등의 비난이 주민의견조사전에 각지에서 잇따라 튀어나오면서 조사의 공정성에 의문을 던지게 했다. 이것이 그대로 사실이라면 그것은 또다른 비민주적 관행이요 행정의 획일주의가 아닐 수 없다.

 사실 대규모 시·군통합이라는 역사적인 작업은 지난해부터 추진해도 시간이 촉박할 판인데 연초에 애드벌룬을 뛰운 직후 「군작전」식으로 강행군하다보니 순풍에 돛단듯 갈 수만은 없었을 것이다.

 관의 우려되는 경직성·획일성과 함께 지역에서 주민의 여론으로 가공돼나오는 여론조작도 경계해야 한다. 장차 지역에서의 자신의 입지 때문에, 이권이나 설 땅의 확보 때문에 여론을 조작해 통합반대운동을 벌이는 행위는 공익을 해치는 이기주의의 한 전횡이다.

○이기심 배제해야

 지방의회의원이든 지역유지든 어느 누구도 주민을 볼모로 지역통합문제를 흥정의 제물로 삼아선 안된다.

 주민의견조사의 큰 과정은 끝났지만 곧이어 시·군통합에 대한 시·군의회의 의견건의와 도지사의 결정절차가 남아 있어 지방의회에 영향을 미치는 민의의 수렴창구는 아직도 열려 있는 셈이다. 그러므로 특히 시·군의원들은 남은 절차에서 자신들의 이해보다는 지역민들의 정서와 공익을 우선하는데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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