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론·「DJ복귀설」 애써 외면/지지기반확보 「오기」의 지방행 개헌론, 김대중 아태재단이사장의 정계복귀론등으로 정가가 들썩거리는 와중에서 이기택대표는 12일 조용히 대구로 향했다.
이대표는 이날 하오 대구 중심가의 호텔에서 「대구지역 여성정책간담회」에 참석, 연설을 했다. 이대표는 「지방의 목소리와 하늘의 절반」이라는 제목처럼 국민의 50%를 차지하는 여성의 정치적 위상제고를 강하게 강조했다.
이대표는 열변했고 청중들은 이에 호응했지만 왠지 공허감이 깔려있는 듯했다. 그 이유를 한 수행의원은 『이대표가 의도적으로 개헌이나 김이사장의 정계복귀론을 언급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제1야당대표가 들끓는 중앙정치무대에서 벗어나 지방에서 민감한 이슈와는 동떨어진 얘기를 하는 「그림」이 어색하다는 것이다. 어찌 보면 이런 현실은 공허감이나 미묘함을 넘어 기형적인 한국정치의 구도를 엿보이게까지 하고 있었다.
이대표는 간담회에 참석하기전 기자들의 성화로 가진 티타임에서도 말을 아꼈다. 개헌론이나 정계복귀문제에 집중되는 질문에 이대표는 『더이상 묻지말라』고 답했다.
이같은 이대표의 침묵에서는 불편함이 묻어나고 있었다. 한 측근이 『그 정도로 해두자』며 추가질문을 막는데서도 이대표의 심기를 짐작할 수 있었다. 사실 여권의 「DJ사주론」에 이어 동교동계의 반격이 있고, 그 여파로 민자당대변인이 경질되는 과정에서 이대표는 상당히 가라앉아 있었던 듯하다. 그러나 이날 이대표는 연설에서 『내가 대권경쟁을 지향한다고 하니까 나를 흠집내고 깎아내리려는 부류가 있다』고 비교적 구체적인 언급으로 최근의 정가움직임에 대한 첫 반응을 보였다. 일련의 흐름이 자신을 정치적으로 왜소하게 만들려고 한다는 심중을 표현한것으로 해석됐다. 한 지구당위원장은 이날 이대표의 말들에서 오기가 느껴진다고 말했다. 흔히들 이대표를 좋게 묘사할 때면 「참는 정치인」이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지구당위원장이 느낀 오기와 세평이 사실이라면, 이대표의 대구행은 어떤 지향점을 갖고 있는것 같다.
이대표가 대구를 찾는 횟수만을 따져도, 그 의미는 간단치 않게 다가온다. 금년들어서만도 TK지역(대구·경북)방문은 8번이나 된다. 방문목적과 만나는 사람들도 중첩되지 않고 치밀하게 준비된 흔적이 짙다. 그동안의 방문은 수질오염 실태파악(1월18일) 노인문제간담회(2월3일) 통일산하회 경북영일지부행사(3월13일) 노동문제간담회(3월24일) 대구계명대 총학생회초청 특강(4월6일) 고 김호길포항공대학장의 영결식(5월4일)등이다.
이대표는 잦은 방문을 통해 대구지역의 학생 노인 여성 노동계를 두루 접촉했다. 또한 앞으로 학계 언론계 지역연구소의 중진인사들과도 만날 계획이다. 마치 대구·경북지역을 섭렵할것같은 태세다. 이대표가 부산에서 정치활동을 했지만 고향은 경북 영일이고 부산은 김영삼대통령의 아성이라는 점, 대구가 「반민자·비민주」의 성향을 보이고 있는 현실을 접합해 보면, 대구에 공들이는 이대표의 정치적 의도를 가늠해볼 수 있다.
당장 자신에게 유리하게 정치구도를 변화시키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대표는 묵묵히 자기기반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이대표의 정치적 약점중 하나는 두김씨에 비해 확고한 지지기반이 없다는 것이고 이대표도 이를 잘알고 있기 때문이다.【대구=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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