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을 결혼시키면서 혼수문제로 이성을 잃는 어머니들이 의외로 많은것 같다. 어떤 경우에는 『아니 그 부인이 그럴 수가 있을까』라고 깜짝 놀랄 때도 있다. 사회적으로 잘 알려진 어떤 부부가 며느리감에게 『최소한 내집을 가지고 출발해야 고생을 안하니 부모님께 다른 혼수는 생략하고 아파트를 한채 사달라고 부탁드려라』고 말하는 바람에 신부집에서 기절초풍했다는 이야기도 들은 적이 있다. 그 놀라운 요구에 충격을 받은 신부의 부모는 파혼하기로 결심했으나, 결혼할 당사자들이 서로 사랑하고 있고, 신랑감이 부모를 대신하여 백배사죄하는 바람에 그대로 결혼을 시켰다고 한다. 그러나 혼수로 아파트를 사주지 않은 그 부모는 딸이 시부모에게 어떤 대접을 받을까, 늘 마음 졸이고 있다. 그 시부모는 교양있고 신앙심이 깊다고 알려진 사람들인데, 아들이 워낙 「비싼 신랑감」이다 보니 잠깐 유혹에 빠졌던 모양이다.
딸을 결혼시키면서 이와 비슷한 일을 당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대개는 「딸가진 죄」로 쉬쉬하면서 넘어가게 된다. 파혼할 생각이라면 몰라도, 결혼을 시키면서 소문이 나면 딸에게 좋을 일이 없다는 염려 때문이다. 그러나 쉬쉬하더라도 사돈댁에 대해서 품는 실망과 멸시의 감정이 어디로 갈리는 없다.
우리 사회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라고 한탄하게 되는 몇가지 현상중의 하나가 빗나간 결혼풍조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뿐 거의 모든 결혼에서 사치와 낭비가 춤추고, 뇌물성 혼수가 바리바리 실려가고, 장래가 보장된 직업을 가진 신랑과 그 부모들은 신부에게서 되도록 많은 지참금을 뜯어내려고 혈안이 되기도 한다. 그들은 결혼시장에 자신을 비싼값에 내놓는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지참금이 적다고 며느리를 구박하여 파경에 이르게한 시어머니에게 배상금을 물린 서울고법의 판결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재판부는 11일 『며느리에게 과도한 지참금을 요구하고 여러 형태로 정신적 고통을 가한 시어머니와 이를 부추기거나 방관하다가 폭력을 휘두르는등 잘못을 저지른 남편은 공동 불법행위자로서 7천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는데, 원고인 29세의 여성은 혼수비용등으로 5천만원을 가지고 결혼했다가 일곱달만에 혼인신고도 하지 않은채 파경에 이르자 「사실혼 부당파기로 인한 손해배상소송」을 냈었다.
잘못된 결혼풍조를 바로 잡는데 가장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들은 아들 가진 부모이며, 그중에서도 시어머니다. 시어머니가 물게된 위자료는 아들을 상품으로 전락시키고 있는 많은 시어머니들에게 내려진 일대 경종이다. 지참금이 적다고 신부를 태워죽이는 불상사가 일어나기까지 하는 인도를 우리가 어떤 눈으로 보는지 생각해봐야 한다.<편집위원>편집위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