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태대사 기자회견 예상밖 파문일자 없었던 일로/오학겸부총리 지난달 방한때 한국서 요청…응낙받아”/당사국들은 부인·함구로 일관 “아리송” 중국의 남북정상회담 주선설이 워싱턴의 외교가에 끈질기게 나돌고 있다.
중국 지도부가 한국정부의 요청으로 김영삼대통령과 김일성북한주석간의 정상회담을 주선하고 있다는 소문은 지난 3월말 김대통령의 북경방문을 계기로 무성하게 퍼져 나갔다.
미행정부 관리들은 당시 북한의 핵사찰 거부와 특사교환을 위한 남북접촉 결렬로 한반도의 긴장이 최고조에 달한 시점에 이루어진 김대통령의 중국방문과정에 발생한 두가지 돌발사태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첫째가 당시의 분위기상 동떨어지게 대화에 의한 북핵문제 해결을 유난히 강조한 김대통령의 북경발언. 둘째는 핵문제 해결과정에서 중국의 역할을 이례적으로 역설한 황병태주중대사의 기자회견 파문이었다.
이 사태에 대한 미국정부의 의구심은 김대통령을 수행하던 한승주외무장관이 워싱턴으로 날아와 미고위관리들을 진정시키면서 어느정도 진정됐다.
이 과정에서 워싱턴 외교가에는 중국의 남북정상회담 중재설이 조금씩 퍼져 나가고 있었다. 현재까지 외교 소식통들을 통해 종합한 중국의 중재설은 이렇다.
첫째, 중국측에 대해 정상회담 중재를 부탁한 쪽은 한국정부였다. 김영삼정부가 집권 이후 남북정상회담을 염두에 두고 대북정책을 추진해 온것은 숨기기 어려운 사실이다.
확인된것은 아니나 김대통령은 집권 직후부터 남북정상회담을 극비로 추진해 왔으며 지난 11월23일 워싱턴에서 개최된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회담추진 사실을 미국측에 정식 통보한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대통령은 또 취임 1주년인 지난 2월25일 기자회견을 통해 정상회담 용의를 공식 표명한 바 있다. 한국측의 대중국 파이프라인은 황대사―이영덕 당시 부총리겸 통일원장관―청와대로 이어지는 극비 채널이었다. 이회창전총리의 전격해임 이후 악화된 여론에도 불구하고 이부총리를 총리직에 기용한 점도 김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 계속추진 의지와 무관치 않은것으로 분석된다.
둘째, 중국지도부는 김대통령의 북경 체류당시 김일성주석으로부터 『정상회담에 응하겠다는 의사를 정식으로 한국측에 통보해도 좋다』는 언질을 받았다.
중국측은 북한의 핵보유를 결코 용납지 않겠다는 미국측의 결의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따라서 중국은 미국의 단호한 입장을 김주석에게 그대로 전달하면서 핵카드와 대미수교를 맞바꾸도록 설득하는데 성공했다는것이다.
셋째, 전통적으로 지역분쟁 불간섭주의를 견지하고 있는 중국은 그들의 정상회담 중재사실이 알려지는것을 원치 않았다. 때문에 당사자들에게 이를 극비로 해줄것을 요청했으며 미국측에도 알리지 않았다. 중국지도층은 남북 정상회담 중재를 내정간섭적인 미국의 대중인권압력의 부담을 더는 카드로 써먹을 속셈이었다.
그러나 중국은 예기치 않았던 황대사의 중국 역할론 공개로 그들이 남북접촉에 직접 관여해온 사실이 드러날것을 우려해 중재를 즉시 중단하고 이를 없었던 일로 해줄것을 양측에 당부했다.
이에 따라 한국정부는 지난달 중순 서울을 방문한 오학겸중국부총리를 다시 설득해 정상회담을 위한 북경채널을 재가동시켜줄것을 요청해 응낙을 받았다는것이다.
외교소식통들의 이같은 전언은 당사자인 남북한과 중국등 3국이 모두 부인하거나 함구하고 있어 정확한 진상을 파악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같은 소문은 꼬리를 물고 이어져 일부에서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의 정상회담 모델을 본뜬 워싱턴 정상회담 시나리오까지 거론하고 있다.【워싱턴=이상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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