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치민시에 사는 주부 비크 녹씨(51)는 오는 6월 딸의 결혼을 앞두고 혼수걱정이 태산이다. 『호치민시 중상류 가정이면 혼수감으로 TV는 일제 소니 컬러 14인치, 오토바이는 혼다의 「드림」모델로 마련해줘야 체면이 섭니다. 결혼식 피로연을 포함한 혼례비용이 3천달러는 족히 듭니다. 시댁에서 딸이 대접받으려면 할수없죠. 월60달러의 남편 봉급 5년치와 맞먹는 거액이지만 아낌없이 투자할 생각입니다』
비단 혼수문제만이 아니다. 베트남에는 최근까지 한국이 산업화과정에서 경험했던 여러 사회병리현상이 흡사하게 분출되고 있다.
부동산값 폭등으로 서민의 제집갖기가 더욱 힘겨워지고 고급 유흥가에선 벤츠 승용차를 몰고다니는 베트남판 오렌지족들이 활개를 친다. 아침9시부터 문을 여는 술집에선 가라오케소리가 요란하다. 임금인상을 외치는 근로자들의 파업시위도 현지 신문들의 앞머리를 심심치 않게 장식하고 있다.
인플레의 망령도 베트남 경제를 뒤덮고 있다. 올 1, 2월의 물가상승률은 이미 지난해 수준인 5.2%를 뛰어 넘었다. 심지어는 거액의 사채놀이를 하다 사회적 파문을 일으키고 구속된 베트남판 장령자 여인도 목격할 수 있다. 사회적 위화감을 몰고온 일부 졸부들의 과소비행태까지 똑같다.
어느 한국기업인은『타임머신을 타고 70∼80년대 한국사회를 여행하는 느낌』이라고 표현했지만 호기심어린 시각만으로 볼 수 없는 문제가 남는다. 자본주의의 병폐적 거품이 이제 시장경제의 걸음마를 배우는 베트남에 너무 빨리 찾아왔다는 느낌이다.
작년 베트남의 1인당 국민총생산(GNP)은 약18만원(미화 2백35달러)정도에 불과했다. 베트남 정부는 지난 3년간 평균 8%의 고도 성장을 달성했다며 요란하게 자랑하고있지만 전체적 경제수준은 아직 세계 바닥권이다.
『식전부터 샴페인을 터뜨려서는 곤란하다』 베트남의 사정을 잘 아는 한 외국기업인은 베트남의 문제를 이렇게 걱정했다.【호치민=이상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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