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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현실주의 거장과의 만남/판화편(후안 미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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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현실주의 거장과의 만남/판화편(후안 미로전)

입력
1994.05.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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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작업관/넘치는 시정… 출렁이는 환상…/그릇된 자아버리고 「무명」상태로 돌아가…/줄리아나갤러리 기획/본사 40돌기념 후원… 17일 개막 한국일보는 창간 40주년 기념사업의 하나로 초현실주의 미술의 세기적인 거장 후안 미로(1893∼1983년)의 종합전을 특별후원합니다. 쥴리아나 갤러리가 기획한 이 전시회는 1부가 17일부터 6월5일까지 강남의 쥴리아나 갤러리(514―4266)에서, 2부가 강북의 백상기념관(733―6673)에서 잇달아 열립니다. 회화와 조각에 이어 시정과 환상이 넘치는 미로의 판화를 소개하고, 이해를 돕기 위해 그가 생전에 남긴 자신의 작업관을 발췌해 싣습니다. 【편집자주】

 어려서 슬픈 시기를 거친 탓에 내 성격은 비극적이고 과묵하다. 오늘날 나는 어떤 안정을 이루긴 했지만, 모든 것이 나를 구역질나게 만들고 나는 모든 것이 잘못되어 갈 것이라는 생각을 떨치지 못한다.

 내 그림에 유머러스한 요소가 있더라도 내가 그것을 의식적으로 추구한 것은 아니다. 내 작품의 의도적인 면은 정신적 긴장이다. 나는 이러한 긴장이 마약이나 술 같은 것에 의해 촉진돼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시골길의 말 달리는 소리, 마차 삐걱거리는 소리, 발자국 소리, 밤의 울음소리, 귀뚜라미 울음소리 등이 나를 자극한다. 하늘의 태양이나 초승달을 볼 때 나는 완전히 압도당한다.

 내 그림에는 거대한 작은 공간에 많은 작은 형태들이 있다. 텅빈 공간, 수평선, 평야, 황량한 모든 것이 항상 나를 사로잡는다. 그리고 나는 가장 간단한 것에서 아이디어를 얻는다.

 나는 정원사처럼 일한다. 재료와 도구는 내게 대상에 생명을 불어넣는 방식인 테크닉을 함께 준다. 내가 끌로 나무를 공격하면 그것은 나를 어떤 마음상태로 이끈다. 도구와 재료와의 만남은 충격을 낳고, 이 충격은 궁극적으로 그림감상자가 받게될 생동감 있는 무엇이다.

 진정한 인간이 되기 위해서는 그릇된 자아를 버려야 한다. 무명의 상태로 돌아가는 것이 필요하다. 이같은 과정을 통해 나는 침묵 속에 숨겨진 소리, 부동 속의 움직임, 유한 속의 무한, 공허 속의 형태, 그리고 무명 속에서 자신을 찾게되었다.

 같은 방법으로 나의 그림도 유머러스하고 즐겁다고 생각되어질 수 있는 것이다. 비록 내가 비극적이긴 하지만….【1959년 「20세기」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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