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 아닌 개헌론이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대통령자문기구인 21세기위원회(위원장 이상우)는 지난 10일 김영삼대통령에게 지난 5년간의 활동결과인 「21세기의 한국」을 보고했다. 이 종합보고서는 21세기를 향한 국가발전전략을 전분야에 걸쳐 담고 있었고 그 중에서 느닷없이 불거져 나온 것이 「96년 총선을 전후한 개헌론」부분이었다. 『내각제냐,대통령중심제냐. 대통령중심제를 유지하는 경우에도 현행 5년단임제가 21세기를 내다보는 한국정치의 권력구조로서 타당하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한 내용은 우리 헌정사나 현재의 정치상황과 결부돼 민감한 반향을 불러 일으킬 게 뻔했다. 무엇보다도 주목받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은 보고서가 나온 「94년 5월」이라는 시점이었다. 당연히 국민들은 지금의 「정치환경」을 바탕으로 내다본 전망과 문제제기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어처구니없게도 문제의 내용은 노태우대통령임기말인 지난 92년 11월 집필된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노대통령에게 보고한 내용중 「권력구조 및 제도개혁의 방향」부분과 제목부터 내용까지 4페이지가 똑 같은 것이다.
물론 위원회측은 당시나 지금이나 전망이 비슷하기 때문에 똑같은 내용을 실었다고 강변할지 모른다. 그렇지만 과연 이번에 종합보고서를 내면서 그 부분을 한번이라도 더 읽어 보았는지 궁금하다. 하다못해 문장표현만이라도 현시점에 맞게 고쳤어야 할 텐데 「지난 5년의 경험으로 비추어 볼 때」 「마침 대통령의 임기만료기와 시간상으로 일치」등 노대통령임기말때 썼던 표현이 그대로 나와 있으니 하는 말이다.
위원회가 김대통령에게 구두보고할 때 이 개헌론 부분은 들어 있지 않았고 그 내용은 별도로 전달한 5권의 종합보고서에 들어 있었다.
청와대 비서실은 그래서 사전에 이를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때문에 김대통령도 민감한 사안인 개헌부분이 종합보고서에 들어 있다는 것을 11일 에야 알았다는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종합보고서에 포함되어 있는 개헌론 부분을 사전에 챙기지 못한 청와대 비서실 역시 할말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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